큰형이 문자를 보냈다. "아버지 오늘을 못 넘길 것 같아."
병원으로 차를 몰며 이전에 느낄 수 없는 더 큰 슬픔이 찾아왔다. 왜 이렇게 일찍 떠나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가더라도 이별의 절차만큼은 시간을 두고 갖길 바랬다. 그러나 병환이 깊어지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어머니를 빨리 보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버지는 많이 원망스러 하셨다. 다른 친척은 소원하는 대로 되어 가는데, 계속된 불운으로 힘들어 하셨다. "하필, 암이라니..."
그래서 그런가 보다. 지독히도 혹독한 삶이란... 빨리 버리는 것이 본인에게는 굴레를 벗듯 홀가분 할 것이다. 아버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하지만...
도착하니 숙부와 숙모가 웅크리고 있는 아버지의 손을 한쪽씩 나눠쥐고 슬픔에 젖어 있었다. 뒤따라 고모가 들어서더니 병실은 울음 바다가 되어 버렸다. 세상의 모든 슬품이 이곳으로 몰려 들었다. 아버지는 섬망때문인지 허공에 손을 흘들어 댔다. 마치 무엇인가를 잡고 싶어하는 몸짓이었다. 무엇을 그토록 원했을까?
급히 아내와 아이들에게 연락했다. 아이들은 눈이 온다며 좋아했지만, 할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에 이내 조용해졌다. 아이들도 그동안 표현하지 않았지만 무언가를 예감하고 있었나보다. 할아버지가 손주에 대한 사랑이 컸던만큼 아이들도 존재의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병실에 도착하여 하나, 둘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 사랑해요"
전혀 반응이 없던 아버지의 얼굴이 울먹일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아버지는 의식이 거의 없었지만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 넷이 돌아가며 인사를 하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셨나보다. 세상과 만난 79년의 삶을 마칠 때라고... 청색증이 손등까지 타고 올라왔고 호흡이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신에게 간절히 원하기보다는 알약 하나가 있어 먹기만 하면 다시 건강을 찾고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기를 상상해 보는 것으로 마음을 억눌렀다. 그건 신이 없다거나 내가 나약해지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훗날 암을 정복되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인간에게 암이란 가혹하다는 표현으로는 충분치 않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느껴본 적 없는 슬픔, 주변 사람들의 비통함까지 사람이 느끼는 최대 아픔을 훌쩍 뛰어 넘고도 남음이다. 아버지의 불운이 시대와 함께 사라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