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殞命
어느새 정해진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간호사는 임종의 전조증상이 더욱 뚜렷해졌다면서 깨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둘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큰 슬픔과 절망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며 죽음의 길로 걸어가셨습니다. 인간의 품위는 누군가가 지켜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지켜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의식이 없어도 주먹을 꽉 쥐며 고통을 이겨내려는 듯 한 몸짓을 보였습니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더라면..., 할머니를 모시는 시간이 짧았더라면..., 작은형이 결혼해서 아버지를 모셨더라면..., 아버지의 소원대로 된 것이 없습니다. 이 모진 환경을 불공을 소홀히 하여 닥친 재앙으로 여기며 절에 정기적으로 시주하고 부처님을 모시라고 유언하셨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세상의 모든 인연을 거두시고 부처님의 평안을 받아들이셨습니다. 혹시나 다음 세상을 꿈꾸셨을까요? 아버지는 어떤 삶, 누구와 인연을 맺고, 어떻게 살고 싶으셨을까요? 교육을 중시하시니 또 교사가 되려 할까요? 여행을 좋아하시니 이곳저곳 다니실 테고, 누군가와 다정하게 담소 나누고 싶으셨을지도 모릅니다. 또, 아마도 어머니와 우리 형제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하겠죠.
그런 마음을 추모하며 묵묵히 걸어가야겠습니다. 어디서 곤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아버지의 뜻을 기리며...
아버지는 2021년 12월 18일 늦은 6시 20분에 운명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