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딸에게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눈이 제법 내리던 10여 년 전과 다르지만, 거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어느 계절과 다르게 고요하단다. 옷을 벗은 나무, 인적 드문 거리, 구름 낀 하늘을 보면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겨울은 겨울대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하지만, 이런 풍경에서 아빠는 봄을 기다린단다.
올봄에는 새롭게 시작하는 농사로 벌써부터 마음이 분주하단다. 농사지을 땅을 알아보고, 작물 배치 디자인도 계획하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 보고 있다. 늘 무언가를 새롭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 피곤할 수 있어도 아빠에게는 기쁨이다. 근 20년 만에 다시 대학에 가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네^^ 일상을 바꾸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기쁨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용기로 이겨낼 때 얻을 수 있지. 미래는 우리가 알 수 없거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성찰한단다.
어제 식사 자리에서 아빠는 조금 불편했단다. 누구의 편을 들기보단 네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 노력했어. 왜 그렇게 동생에게 쏘아붙였는지. 물론 아빠는 짐작은 할 수 있지만, 네 마음을 완전히 알 수 없단다. 그런데 아마 너도 네 마음을 잘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아빠는 지금도 왜 그랬는지 모르는 일 투성이고, 후회와 반성을 종종... 아니 자주 한단다.
사람의 감정은 참 미묘하지?
사람들은 아직도 왜 사람이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 모른단다. 또 감정이 생각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도 모르지. 단지 마음에서 감정이 나오는데, 예전에는 가슴(심장)에서 나온다고 믿었던 반면 오늘날에는 머리(뇌)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단다. 감정이 호르몬 작용에 의한 하나의 현상이라는 거야. 세로토닌이 나오면 행복감을 느끼고 코티솔이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알려졌는데, 사람이 정말 기계처럼 외부 환경에 반응하는 단순한 유기체일까 의심스럽긴 하지만 과학이라니 믿을 수밖에.
동생이 항상 그런 식이라서 짜증을 낼 수밖에 없다는 너의 대답에 아빠도 공감하고 동의한다. 그런 식의 행동은 기분을 나쁘게 하고 쉽게 고쳐지지도 않으며 몇 번을 좋게 말했는데도 반복되면 포기하게 된단다. 그리고 마음과 생각의 문을 닫지.
그래도 기분 나쁜 행동과 기분 나쁜 존재는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남이라면 안 보면 그뿐이지만, 가족이까.
카프카의 변신을 보면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던 가족에게 쓸모없는 존재가 되면서 어떻게 소외되어 가는지 자세히 묘사되어 있단다. 현대적인 삶에서 얼마만큼 가족이 소중한지에 대한 은유란다.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단다.
네 마음에도 사랑과 평화가 가득 차길 바란다.
2022.01.06. 다락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