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무엇인가
1.
엄마, 나 여행 갔다 올게. 누구랑 가? 남자 친구랑.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남자랑 여행이야. 그럴 거면 결혼한다고 선언을 하던가. 선언은 웬 선언? 조선시대야? 남녀칠세부동석이야? 내 나이가 몇인데. 그래도 안돼. 어차피 갈 건데 기분 좋게 보내주지 거 참. 아빠는 옆에서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엄마와 나의 언쟁을 가만히 보곤, 왜 엄마 말이 맞구만, 하고 조용히 동조한다.
2.
내게 결혼은 집을 사는 것과 같았다. 입주하는 순간 그곳에서의 여생을 꿈꾸었지만 계약이 끝나면 도리없이 방을 빼야 했다.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며 어느 때인가는 주거 불안에 시달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롯이 집만이 목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그 집에 함께 살 사람, 사람이 우선이었다. 그와 집에 발을 들인 순간 그곳에서 함께 황혼의 노을을 보는 것을 상상했다.
3.
나이 탓인지 무엇인지 최근엔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 주제가 적어도 7할은 결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내 주위엔 결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가진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 누군 자유로운 연애 만을 원하고, 누군 그저 결혼 그 자체를 원하고, 누군 결혼은 하고 싶어 하지만 아이는 원하지 않고, 누군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갖고 싶어 한다.
4.
친한 친구 한 명이 곧 결혼을 한다.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가졌냐고 물으니, 이 사람만큼 나를 좋아해 줄 사람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극히 현실주의자였던 그 친구의 입에서 다소 감상적인 답변이 나와 조금 놀란 것도 사실. 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성과 감정, 결혼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둘 중 무엇이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까.
5.
여전히 매매를 꿈꾸지만 얼마 전 다시 전세 계약을 했다. 마치 생애 처음 내 공간이 생긴 듯 굴어본다. 늘 그래 왔듯 약속된 계약이 끝나 방을 빼야 할 수도 있고, 계약이 연장돼 조금 더 이 곳에 오래 머물 수도 있고, 좋은 기회가 생겨 이 집을 사게 될 수도 있다. 혹은 영영 이 집을 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당장 결론 내릴 일은 아니다. 지금은 이 곳이, 여기서 오늘의 노을을 함께 볼 수 있는 이 사람이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