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면 짧은 6개월 간 함께 일한 동료가 퇴사했다. 떠올려보니,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말에 집에서 만들었다며 나눠주신 비누부터 코로나가 막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시점 역시 집에서 만들어주신 손세정제, 집에 안 읽는 책이 많아 책 나눔을 하려는데 지민 씨가 영화를 좋아하니 생각났다며 건넨 영화 사진집까지, 받은 게 참 많았다.
이제 그분을 매일 볼 일은 없겠지만 대신 볼 때마다 그녀가 떠오를, 매일 보는 손세정제가 남았고, 책이 남았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사람은 물건으로 남는다. 누군가 내게 만들어준 물건, 날 생각하며 사준 물건, 누군가 남기고 간 물건, 누군가 좋아하던 물건 또는 싫어하던 물건. 누군가는 떠나도 그 누군가의 물건은 남는다.
타인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는 나를 이렇게 기억해달라는 완곡한 표현법이 아닐까. 받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 세심하게 고르고, 포장하고, 더러는 편지도 쓰고, 그렇게 진열대 위 수많은 물건들 중 하나였던 그것이 선물이 되어 내게 오기까지. 그 모든 과정에 주는 이의 마음이 빈틈 없이 담겨있다. 물건과 함께 그에 대한 기억까지 받는 것, 그게 선물이 아닐까.
음식 선물을 받는 게 싫다던 친구가 있었다. 먹으면 사라져 버리는 게 의미가 없다며. 그땐 그게 무슨 말이냐며 핀잔을 줬는데 이젠 그 친구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기프티콘이 널리 쓰이며 ‘선물하기’가 더 쉬워졌지만 그것에 마음을 담기는 어려워진 것 같다. 쓰고 나면 사라져 버리는 수증기 같은 ‘선물하기’의 만연.
난 누구에게 어떤 물건으로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