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민 Sep 06. 2022

돈가스가 맛있는 카페가 있다고?

#음성 #카페 #궤짝

세상 모든 사람들이 문 밖에 애착 장소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 장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그저 공간 그뿐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내가 거주하고 생활하는 나의 집이나 나의 방이 가장 애착 가는 장소일 수도 있다. 오늘의 인터뷰이는 필자가 장소 인터뷰 제안을 하자 한참을 망설였다.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지 못하는 이유는 썩 소개할만한 장소가 없어서라는 이유를 덧붙이며 말이다. 그가 몇 날을 밤새워 어렵게 고른 장소는 대학시절 ‘충격적으로’ 만나게 된 한 카페다. 그는 그곳이 누구에게 딱히 소개할만할 곳은 아니라는 듯 담담한 어투로 인터뷰를 이어갔는데, 그 때문에 특별하지 않은 것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평범한 것이 오히려 더 비범하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다른 건 다 차치하고라도 이름부터가 특별한 그곳, 궤짝 카페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30살이고, 김한주입니다.


-요즘 근황이 어떻게 되시나요.

계속 백수여서 원래는 졸리면 자고 안 졸리면 일어나는 생활을 하다가, 최근 들어 공부하고 싶은 게 생겨서 억지로 하루에 시간을 조금씩 할애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공부를 하고 계신가요.

서비스 기획자 공부입니다.


-오, 서비스 기획! 자세하게 어떤 것인가요?

예를 들면 어떤 어플에서 조금 불편하거나 개선 사항이 있어야 될 것 같다고 하면 기획을 하고, 기획서를 작성해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보내고 해서 서비스를 더 좋게 만드는 것이죠.


-그럼 공부하고 계신 것은 서비스 기획을 위한 자격증 같은 건가요?

자격증은 아닌데… 제가 이 분야에 너무 문외한이다 보니까 그냥 한번 공부를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을 했던 건데,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왜요? 적성에 맞으신가요?

세상 모든 공부는 저랑 안 맞는데, 일단 너무 생경한 개념들이 많아서요. 적성에는 맞을 것 같은데 공부는 재미없습니다.


-그러면 이직하실 때 그쪽으로 가려고 하시는 거죠? 공부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네, 맞습니다. 공부한지는 이제 4주 차 됐어요. (인터뷰를 진행한 8월 마지막 주 기준)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장소에 대해서 여쭤볼게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소가 어디신가요.

충북 음성에, 어디 정말 산에 굽이굽이 들어가야지 나오는 카페 궤짝이라는 곳이에요.



(왼쪽부터) 궤짝 카페 전경, 커피와 케이크


-그 카페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근처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또 근처 아파트에서 친구랑 둘이 자취를 했었는데, 그냥 둘이 널브러져 있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해서 그냥 나왔어요. 친구랑 그냥 나와서 무작정 길 보이는 대로 계속 걸었는데, 예쁘게 생긴 건물이 하나 있더라고요. 그래서 가봤더니 궤짝 카페라고 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그래서 그냥 커피나 한잔 하고 오자 했는데 뭔가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되게 많고, 커피도 맛있고, 거기에 있는 고양이도 귀엽고. 그래서 몇 번 갔었어요. 과제하러도 갔었고, 그냥 수다 떨러도 갔었고.


-친구랑 왜 갑자기 나오자고 하신 거예요? 방학이었나요?

방학은 아니었고, 그냥 학교 끝나고 있었어요. 그 동네에 진짜 아무것도 없어요. 친구랑 “우리의 청춘을 되게 낭비하는 느낌이지 않냐" 하다가 “우리 둘이라도 나가자” 그래서 그냥 무작정.


-카페 이름이 굉장히 특이한데, 왜 궤짝 카페인 가요?

진짜 말 그대로 궤짝같이 생겨가지고, 궤짝 카페라고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네이버에 검색해 사진을 보고) 오! 정말 궤짝처럼 생겼네요? 약간 관(?) 같기도 하고.

(또 다른 사진을 보여주며) 안쪽은 이렇게 생겼어요. 이게 2층도 있어가지고 이렇게. 


-내부가 되게 넓네요. 이 장소를 좋아하시는 특별한 이유나 어떤 기억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 동네를 사실 되게 무시했거든요. 그냥 시골 동네, 되게 고루한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너무 세련된 걸 만나서 뭔가 저한테 좀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일단 돈가스가 맛있습니다.


-엥? 거기 카페 아닌가요? (카페 정보를 보다가) 근데 복숭아도 파나 봐요?

네, 이 동네가 장호원이라는 곳이랑 붙어 있거든요. 또 여기 사장님이 예술가로 활동을 계속하셔서 되게 신기한 조형물들이라고 해야 되나. 사진을 보시면 무슨 예술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기차 같은 거 보이잖아요. 그거도 움직이고, 얘네들이 계속 뺑뺑 돌아다녀요.


-카페 소개에 보니까 사장님께서 미술도 가르치고 창작 활동하시고 복숭아 농사도 하시고 그런다고 하네요.

네, 되게 자유롭게 사시는 분 같아요. 


궤짝 카페 간판


-그런 점 때문에 그곳을 좋아하신다는 거죠. 그럼 가장 최근에 가셨던 건 언제인가요.

사실 자주 가는 곳은 아니기는 해요. 마지막으로 갔던 게 아마 3년 전 일거예요. 그때 어떻게 하다 보니까 알게 된 친구들이랑 단양으로 여행을 갔었어요.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내가 아는 카페 이쁜 데가 있다 해서 같이 가보자 해서, 단양에서 음성까지 가깝진 않은데 어쨌든 집에 가는 길이니까 같이 가게 됐어요. 


-맨 처음 같이 갔던 친구랑은 또 다른 친구들인 거죠? 마음에 들어 하던가요?

네, 다른 친구들입니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사실 그 상황이 걔네들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제가 제일 형이었거든요. 마음에 안 들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해도 되는데 그 친구들 입장에서 또 형이 운전을 해서 데리고 갔는데 별로다라고 말하기는 좀 그런 상황이었죠. 그런데 느낀 거는 저랑 똑같이 느낀 것 같더라고요. 되게 예쁘고 아기자기하다는 부분에서요.


-이 카페에는 몇 번이나 가보셨어요?

한 세네 번 정도 갔어요. 앞에서 말했던 친구랑 세 번가고, 나머지 한 번은 방금 말했던 친구들이랑 가고요. 근데 뭐 갈 때마다 뭔가 특별하려고 간 거는 아닌 것 같고요. 그냥 가서 과제를 계속한다거나 책을 읽으려고 폼 잡고 책 가지고 가서 계속 수다를 떤다거나…


-그럼 꼭 거기가 아니었어도 됐겠네요?

그렇죠. 그렇게 따지면 집에서 얘기해도 되고 한데, 그 카페가 분위기도 좋고 하니까.


-그러면 이 장소를 꼽은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어떤 특별하고 예쁜 장소들을 많이 알지를 못해서, 그러니까 이렇게 누구한테 소개할 만한 특별한 장소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데, 그중에 제가 되게 예쁘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모를 것 같아서… 


-숨어있는 장소 느낌? 좋네요 (웃음) 그러면 마지막 질문입니다. 제가 거기 간다면 무엇을 하길 추천하시나요.

아메리카노에 돈가스를 드셔 보시길 추천합니다. 


-정말 너무 특이하네요. 심지어 수제 돈가스라고 쓰여 있던데요.

맞아요. 진짜 맛있었어요. 그리고 부부가 하시는 곳인데 남자 사장님은 이제 바깥일 하시고, 여자 사장님께서는 안에서 커피나 이런 걸 하시는데, 어떤 느낌의 커피를 좋아하냐고 물어보시고 그것도 추천을 해 주시더라고요.


-찾아보니 집에서 한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한 번 시간이 되면 커피에 돈가스 먹고 와야겠네요!

인터뷰 망한 것 같은데… 잘 된 건가요?

이전 08화 아는 사람 아니면 찾기 힘든 그 곳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