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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Apr 16. 2023

총재님, 기준금리 언제까지 올리실 건가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전 이창용 총재 / 직접 촬영


기준금리 결정 날 적갈색 넥타이 매고 온 한국은행 총재…어떤 의미?


강풍이 몰아치던 11일 아침. 서울 중구 삼성본관 17층 회의실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로 이창용 총재가 적갈색의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열렸다. 


'왜 저런 넥타이를 매고 왔을까?'


이 총재의 의도와 상관없이 언론은 그의 넥타이에서 메시지를 읽고 싶어 한다. '메시지가 있길 바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려나? 지난 2월 이 총재는 푸른색 넥타이를 착용했고, 결과는 동결이었다. 그래서 언론은 넥타이 색과 동결이란 단어가 주는 이미지를 연결 지었다.


이게 맞는다면 이날도 이 총재는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왔어야 한다. 그런데 적갈색이라니? 이 시국에 금리를 올릴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무늬에 의미가 있는 걸까? 사진을 확대해 보자.


이창용 총재의 넥타이를 확대한 모습 / 직접 촬영


흐릿하긴 하지만 직사각형 안에 얼핏 사람 모양의 형체 두 개가 나란히 손잡고 있는 모습으로 추정된다(스마트폰이 갤럭시S23이었다면 더 분명하게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취약차주들과 손잡고 가겠다는 의미를 의도한 거려나? 기회가 된다면 총재 본인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다.


경기침체·금융불안 우려에 금리 동결. 하지만 "금리 인하는 과도한 기대"


어쨌든 이날 회의 결과는 기준금리 연 3.50% 만장일치 동결이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집계되며 지난 1년 만에 가장 낮게 내려온 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와 금융 불안이 커지고 있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취지다. 여태 정부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SVB 사태의 직접적인 여파는 제한적이라고 했는데, 아직 본격적인 충격파가 오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경기 하방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나저나 '동결'이라는 단어와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세간의 말 때문에 마치 한은이 긴축을 그만둔 것처럼 봐선 안 된다. 연 3.50%도 충분히 제약적인 고금리고, 그걸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물가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나치게 올랐던 에너지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인플레이션율이 빠른 둔화를 보였다. 하지만 이처럼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은 2월에 이어 3월도 4.0%로 유지됐다. 전혀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근원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에 전망한 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생각보다 고물가 잡기 어려울 수 있단 뜻이다. 이 때문에 금통위원 7명 중 5명이 금리를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 연속 동결에 '금리인상 레이스가 끝났다'고 분석하긴 좀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과도한 기대"라며 선을 그었다.


22년 만에 최대치인 한미 금리격차 유지…원달러 환율 치솟나?


이번 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 격차가 22년 만에 최대치인 1.50% 포인트(p)를 유지하게 됐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p만큼 더 인상하면 격차는 1.75%p까지 벌어진다. 이럴 경우 이론상 국내 자금이 빠져나가며 원화 가치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매 금통위 때마다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반박한다. 원달러 환율과 관련한 이창용 총재의 주장은 이렇다.


1.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곧 긴축이 끝날 거란 시장의 기대가 커지면서 예전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주요국의 금융불안이나 국내 무역수지 추세도 원화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2. 한국은행은 '달러당 얼마가 알맞다'는 식의 적정 환율을 정해두고 거기에 맞추지 않는다. 다만 급격한 변동성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뿐이다.


3. 설사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대처 가능하다. 예전엔 나라에 외채가 많아서 환율이 오르면 비상이라고 했는데, 지금 한국은 채권국이다. 외환보유고도 4250억달러 넘는다. 


과연 금통위 전날 1323.0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금리를 동결한 날 1322.50로 소폭 하락 마감했고, 13일엔 1307.00로 하락, 14일엔 1300원 밑으로 떨어졌다. 


13일엔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외환당국과 국민연금공단의 외환 스와프가 환율을 15원 넘게 끌어내렸고 14일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보다 0.5% 포인트 떨어지면서 미국의 긴축이 생각보다 빨리 끝날 거란 기대가 퍼졌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1.6%보다 더 밑으로 떨어질 것"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의 1.6%에서 더 하향했다. 최초 한은의 전망은 2.5%였다. 지난해 5월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벌써 5번 째다. 지금까지 누적된 고금리 여파가 앞으로 본격화되는 데다 SVB가 경기를 끌어내릴 변수로 등장했다.


기업은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 3곳 중 2곳(66.3%)은 적자거나 수익을 못 내고 있다. 또 리더스인덱스 조사 결과 지난해 기업이 치른 이자 비용은 전년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알짜배기 땅 강남에서도 좌초되는 사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중견 건설사 대창기업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말 기준 130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이에 대해서도 기우라는 입장이다. 집값 하락 속도가 작년보다 느려지면서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고 부동산PF 대출 연체율도 과거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무역수지 적자행진이 이어지는 데다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는 하반기쯤부터 정보통신(IT) 경기 부진 완화, 중국 경제 회복으로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제약적'이란 표현은, 금리가 실물경제를 억눌러서 물가상승률을 둔화시킬 정도로 높아야 한다는 의미다. 고물가가 주는 고통이 경기침체로 인한 괴로움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거의 모든 나라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경제가 롤러코스터를 더 탈 수 있다는 것이다. 계좌 간수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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