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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Apr 22. 2023

미국이 금리를 세 번 더 올린다고?

연준 고위 인사들이 연일 강경 발언을 내놓는 이유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 / 출처 : 각 연은 홈페이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내부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글을 통해선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과 연준 인사들이 강경발언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배경에 대해 알아본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은 내달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린 뒤 2024년까지 유지하며 금리 인상의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4.75~5.00%니까, 0.25% 포인트(p)를 한 번 더 올려서 지속하는 것으로 금리 인상의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여기에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한 술 더 뜬다. 그는 같은 날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금리를 5.50~5.75%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5.00%에서 0.25% p 씩 세 번 올려야 5.75%가 된다.


불라드 총재는 조기에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며 금리 인상을 주장했던 인물이니 만큼 말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두 총재 모두 미국의 노동시장이 아직까지 과열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이 대체 무슨 관계길래?


/출처 한국은행


물가를 '끈적'하게 만드는 노동시장 과열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의 일자리 공석 하나당 구직자 수는 0.6명으로 집계됐다. 일할 사람이 모자라는 것이다. 이 상황은 2021년 4월 이후 2년째 지속되고 있다.


위 한국은행의 그래프를 보자. 2021년 초중반쯤부터 노동 '수요'를 나타내는 누런색 선이 '공급' 곡선 위로 올라서 쭉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면 기업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려 한다. 인건비가 오르면 재화 생산 단가가 오르고,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한 번 오른 임금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임금을 줄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래서 임금발 물가상승을 '끈적하다(sticky)'고 표현한다.


은행 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긴축 고삐를 늦추지 않는 이유다.


이에 따라 내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베이비스텝(0.25% p 인상)'은 기정사실화 하는 모양새다. 19일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 참여자의 약 85%가 5월 0.25% 포인트 인상을 예측했다.


시장 "경제 추락하는금리 내리겠지" vs 연준 매파 "천만의 말씀"


한편 시장의 36%는 오는 12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4.50~4.75%로 내려설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필요 없다"며 시장의 편을 드는 모양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시중 통화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했고, 여기에 금리까지 올리면 '과잉 긴축'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연준 고위 인사들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며 일축했다.


보스틱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기 때문에 경기 침체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 불안에도 불구하고 긴축 통화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라드 총재는 "월가의 경기침체 예측은 '금리가 빠르게 올랐다'는 생각에 너무 많은 비중을 뒀기 때문"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는 월가 예상처럼 빠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 또한 한 명의 투자자로서 얼른 미국의 통화 긴축이 끝나길 바라지만, 지금은 추가 긴축을 지지한다.


일단 긴축 통화정책의 근본 이유인 고물가를 잡는 것이 우선이다. 경기침체를 우려해서 물가 잡기를 뜨뜻미지근하게 한다면 결국 이런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설령 금융위기로 인한 긴축 대체 효과만으로 충분하더라도, 말은 옐런 장관처럼 해선 안 된다. '기대 심리' 때문이다.


첫째로, 경제정책이나 통화정책에 관련자들의 발언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친다.


향후 물가가 빠른 속도로 오를 것이란 예상이 팽배하면 '지금 쌀 때 미리 사두자'는 심리가 발동한다. 그래서 현재 수요가 몰리면서 물가는 더 빠른 속도로 오르게 된다.


그런데 앞으로 중앙은행이 긴축 고삐를 죌 것으로 예측되면 사람들은 '물가상승률이 곧 둔화되겠지'라 생각하면서 소비를 굳이 현재로 앞당기려 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투자심리다.


만약 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상은 끝났습니다. 하반기쯤이면 인하하기 시작할 거예요"라고 말했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일이 일어날까?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주식과 채권에 돈을 쏟을 것이다. 그러면 증시는 가파르게 치솟고, 수익률에 취한 사람들은 부자가 된 것처럼 소비를 늘다. 그러면 결국 물가가 또 오르고 만다!


그래서 통화정책에 대해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물가상승률을 빨리 떨어트리고 싶으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고 투심에 찬물을 끼얹어야 하는 이유다. 금리 인하는 서프라이즈로 남겨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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