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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May 07. 2023

고구마줄기 같은 '주가조작 의혹' 관련 인물들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들을 만나기 위해 모 법무법인에서 대기하고 있던 후배가 큰 건을 물어왔다. 사태 초기에 돌았던 증권가 정보지(지라시)에 언급됐던 인물 A씨를 마주친 것이다. 


A씨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투자를 권한 인물을 거론했는데 바로 모 그룹의 B 전 회장이다. 관련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육성 녹취까지 있었다.


여러 내용이 있지만 핵심 발언만 뽑아보겠다. 


B 전 회장 (지난해 10월)

"1억 사면 한 달에 (수익이) 한 1500만 원. 3억을 사는 거나 마찬가지야. 엄청나게 올라."


이 발언은 2.5배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가능한 차액결제거래(CFD)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CFD는 주가조작 세력이 실제 사용한 수법이라고 자인한 바 있다.


구체적인 투자 방법을 전달한 사람은 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장이자 전 청와대 행정관인 C씨라고 A씨는 설명했다.


녹취에 따르면 C씨는 지난해 11월 A씨에게 "직원들이 가서 (휴대폰) 개통을 해줄 거거든요. 알아서 그냥 정리를 다 합니다"라고 말했다.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일당의 핵심인 L 대표는 투자자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갖고 있으면서 주식을 사고팔았던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A씨는 "L 대표와 B 전 회장 그리고 C씨가 '3종 세트'로 움직였다"고도 말했다.


실제 L 대표는 "B 전 회장과 같이 놀러 가고 주식 종목도 추천했다"면서 "B 전 회장이 주식으로 돈 많이 벌었다"고 언론에 인터뷰한 바 있다.


B 전 회장의 법률대리인은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그런데 B 전 회장은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 4월 24일 이전인 그달 19일에 G협회에서 회장직에서 갑자기 사임했다. 일신상의 이유라고 알려졌지만, 궁금증이 커지는 대목이다.


■ 의혹 커지는 주가조작 일당 정재계 커넥션


모 가수가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 아니면 얼굴마담으로서 일당에게 이용당했을 뿐인지는 차차 밝혀지겠지만, 어쩌면 연예인들은 빙산의 일각일 지도 모른다.


언론은 주가조작 세력과 모 그룹 K 전 회장과의 관계도 의심하고 있다.


일단 지금은 L 대표가 K 전 회장을 겨냥해 언론플레이를 벌이는 중이다. 주가폭락의 책임이 K 전 회장에게 있다는 논지다. 


K 전 회장은 폭락 2 거래일 전인 4월 20일에 문제의 종목 총 140만주 605억원 어치를 주당 4만3000원대에 외국인에게 장외에서 팔았다(블록딜). 


이에 대해 K 전 회장 측은 "블록딜은 4월 초부터 진행됐고 매도 일자는 외국계 증권사가 정한 일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결정됐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즉 블록딜은 이미 계획된 일이었고 날짜가 주가폭락 직전으로 잡힌 것은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란 말이다.


K 전 회장은 지분을 팔고 받은 금액이 적힌 명세서까지 공개하면서 L 대표를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5월 6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주가조작 일당 중 한 명이 K 전 회장의 회사에서 일했고, 그의 사위와 함께 직장인 농구대회에서 사진을 찍은 적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K 전 회장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5월 5일 예고 없이 사퇴 기자회견을 열면서 그 의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K 전 회장은 취재진과 카메라를 향해 허리 숙여 사과한 뒤 품 안에서 종이를 꺼내 입장문을 읽었다. 


"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퇴하고, 주식매각대금(605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급작스러운 사퇴 배경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을 둘러싼 악의적인 주장에 대해 객관적 자료로 소명코자 했으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주와 이해관계자 그리고 국민에 부담을 더 주지 않기 위해서란 것이다.


그 외 질문에 대해선 회사 측은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하기 적절치 않다"며 답하지 않았다.


K 전 회장과 관련한 의혹 규명은 이제 서울남부지검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합동수사팀 몫이 됐다.


■ P 전 특별검사까지 등장!


5월 5일 JTBC는 P 전 특별검사(특검)가 L 대표 일당 회사 두 곳의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P 전 특검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변호사다. 


P 전 특검 측이 낸 입장문에 따르면, 그가 주가조작 의심 세력이 운영하는 모 골프아카데미와 승마·리조트 회사에 대한 법률자문을 각각 지난해 9월 올해 1월부터 맡아오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일반적인 자문일 뿐 금융·주식 사항은 없었다"며 "개인적인 투자사실도, 별도의 금전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P 전 특검의 측근이 L 대표가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 고문으로 재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P 전 특검 측은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그래, 뭐 해당 측근이 P 전 특검과는 관계없이 정말 우연하게 L 대표의 회사에 일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일반의 상식으로 의혹의 눈초리가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도대체 누가 더 있는 걸까 이 사건에? 과연 이번주엔 어떤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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