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지난 3월 약 3582억원(2억7000만달러)으로 집계되며 턱걸이 흑자에 성공했다. 1월(-42억1000만달러), 2월(-5억2000만달러) 이후 석 달 만에 적자에서 벗어난 것이다.
경상수지는 나라 밖으로 나간 돈과 들어온 돈의 차이다. 국가가 돈을 벌었으면 흑자, 잃었으면 적자다. 구체적으로 ▲상품수지(상품 수출입거래 차이) ▲서비스수지(가공서비스, 운송, 여행, 건설 등) ▲본원소득수지(투자소득과 근로소득 등) ▲이전소득수지(대가 없이 이루어진 무상원조, 증여성 송금 등)로 분류된다.
3월 경상수지 상황을 요약해 보면 이렇다.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적자를 이어갔지만,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 법인으로부터의 배당 수입(본원소득수지)이 증가한 덕에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다. 즉 본질적인 상황 개선 없이 배당 덕에 최악의 성적표를 피했을 뿐이다. 그런데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는 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 걸까?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외 수출 비중은 중국이 1위다. 이 뒤를 미국, 베트남, 일본이 잇는다.
그런데 대(對) 중국 수출은 지난해 대비 33.4%나 급감했다. 다른 나라 중에서도 유독 우리나라 타격이 크다. 중국 해관총서(우리나라의 관세청)가 '주요 국가·지역'으로 분류하는 23곳 중에서 한국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미·중 반도체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대 중국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 만큼 각 경제주체들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내수 회복은 여전히 더디다. 이미 중국 내 쌓인 재고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중 수출기업의 84.3%가 올해 안에 상황이 반전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3월 입국자수는 80만1000명이고 출국자수는 147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로 들어와 돈 쓰는 사람보다 해외에 나가서 소비하는 사람이 두 배 가까이 많다는 뜻이다.
입국자수가 적은 이유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커'가 없기 때문이다. 2019년 3월엔 총 37만5119명(전체 입국자의 24.43%, 1위)의 중국인이 들어온 반면, 2023년 3월엔 7만3390명(전체 입국자의 9.17%)에 불과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관계자도 "여행수지가 개선되려면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제재가 풀려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 상황이 바뀌지 않고선 수출도 여행수지도 개선이 어렵다는 사실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