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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May 21. 2023

5월 기준금리, 오를까 내릴까 그대로일까

기준금리란 무엇인가


5월 25일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연다. 업계에서 '통방회의'라고 줄여 부르는, 기준금리를 정하는 날이다. 중앙은행인 한은은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년에 8번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기준금리는 금융기관과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 자금조정 예금 및 대출 등의 거래를 할 때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다. 기준금리는 초단기금리인 콜금리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 및 대출 금리 등의 변동으로 이어져 결국 실물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통화정책 경로 / 한국은행 홈페이지 갈무리


개념이 어려운가?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금리란 남에게 돈을 빌릴 때 내는 대가, '돈의 값'이다. 당장 돈이 없더라도 금리에 해당하는 이자만 낼 수 있다면 목돈을 융통할 수 있다. 그래서 금리는 '시간 비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10억원 짜리 집을 한 채 사려 할 때, 그 돈을 전부 월급 저축만으로 마련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오래 걸릴까? 하지만 우리에겐 주택담보대출이 있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이거나 신혼부부 때도 집을 마련한다. 주택 구입 시간을 앞당기는 대가로 합당한 이자를 지불해야 할 뿐이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대출이 없다면 새로 회사나 가게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돈을 오랫동안 모은 중장년이거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로또 1등에 여러 번 당첨되든지.


그래서 기준금리가 '실물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금리가 낮으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 한다. 물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 시장도 활황을 맞으면서 물가가 오른다.


반대로 금리가 높으면 사람들은 빚내서 마련한 자산을 현금화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이 주는 수익에 비해 대출 이자 부담이 더 크면, 자산을 팔아 은행 예금을 드는 편이 더 낫다. 즉 자산소득이 줄면서 소비도 감소하고 물가는 낮아진다.


한국 기준금리 추이 / 한국은행 홈페이지 갈무리


■ 3 연속 기준금리 동결 전망…'긴축 끝'으로 오해하면 오산


기준금리에 대한 배경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앞으로의 일을 점쳐보자.


이번에도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잡아야 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4개월 만에 3%대(지난 4월 3.7%)에 접어든 한편 누적된 고금리 영향으로 경기 침체 우려는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감도 여전하다. 대출금을 회수 못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시중 돈 흐름이 줄어드는(긴축) 효과가 나고 있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이 나름 괜찮게 유지되는 상황도 동결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국제 자본은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높은 국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00~5.25%다. 기준금리만 놓고 보면 달러를 우리나라보다는 미국에 예치하는 편이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그런데 미국도 금리를 더 올릴 것 같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5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할 수 있다'는 기존 문구를 삭제하는 대신 '향후 추가 정책 강화 정도는 경제·금융상황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시장 참가자의 82.6%가 6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즉 기준금리 역전차에 따른 원달러 환율 불안 걱정은 좀 덜었다. 다만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기준금리 말고도 다양하다. 상세 내용은 앞선 글 「몸무게처럼 출렁이는 환율」을 읽어 보시길.


미국 선물시장 참가자들의 6월 FOMC 전망 /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 해서 긴축이 끝났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기준금리 연 3.50%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위 그래프를 보면 코로나19가 한창일 땐 기준금리가 연 0.50%였던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물가는 언제고 또 튀어오를 지 모른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수입 비용이 높아지면 재화의 생산단가가 오른다. 국내 공공요금 인상도 걱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대외적으로 "연내 금리인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시장이 금리 인하라는 헛된 기대를 품지 않도록 일부러 강한 발언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진심일 가능성도 있다. 


나라면 금리인하보다는 긴축유지에 걸겠다. 워낙 시장이 불안하다 보니 조심하는 것이 최선인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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