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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May 18. 2023

증권사의 '장밋빛 전망', 믿어도 될까?

예전에 고시공부를 했을 때 한 강사가 재밌자고 낸 퀴즈가 있다.


Q. 합격운을 점치기 위해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갔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점은 미신이다. 이때 무당으로서 고시생에게 어떤 점괘를 내놓는 것이 가장 무난할까?


A. 강사가 제시한 답은 '불합격'이었다.


이유는 이러하다. 실제로 불합격하면 예언은 적중한 것이 된다. 따라서 용한 점쟁이로서의 명성에 해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합격하면 점괘는 틀린 게 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수험생 입장에선 오히려 더 짜릿한 인생역전 스토리가 되는 것을.


합격을 점치는 경우엔? 수험생은 아마 청운의 꿈에 부풀 것이다. 그런데 합격하면 본전이다. 하지만 불합격하면 엄청난 욕을 먹고 엉터리 선무당으로 전락하고 만다. 원래 처음부터 안 주는 사람보다 줬다 빼앗는 사람이 더 악질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증권사도 비슷한 것 같다.


/개인 소장 책 직접 촬영


찰스 P. 킨들버거는 그의 저서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굿모닝북스)에서 월스트리트(월가)를 "주식을 판매해 많은 돈을 벌고, 개별 기업 주가의 상승효과를 발휘하는 투자보고서 발표를 주된 임무로 하는 일군의 고액 연봉 소득자들과 함께 번영을 누리는 곳"이라고 비꼬았다. 


그리고 월가를 "축제가 열리면 관람객들이 표를 사서 칼을 삼키는 묘기를 구경토록 만드는 바람잡이들과 비슷하다"라고 비유했다.


킨들버거에 따르면 증권사는 '주가지수가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하길 꺼리고 개별 종목에 대해 '주가 하락' 의견을 내는 일이 드물다. 해당 기업의 경영진이 분개해, 그 증권사에 증권발행 인수 업무를 맡기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사는 개별 종목에 대해선 방송 인터뷰를 꺼린다. 괜히 부정적인 멘트가 나갔다가 해당 기업이나 주주들로부터 질타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지난 3년간 코스피 그래프 / 네이버 증권 화면 갈무리


지난해 국내 증시는 미국발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고강도 긴축의 쓴맛을 제대로 봤다. 마지막날 코스피는 2236.4로 마감하면서 전년 대비 25%가 빠졌다.


그런데 지난해 증권사들의 코스피 전망은 얼마였을까? 놀라지 마시라, 무려 3600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이 정도로 장기간 이어질 줄 몰랐다'며 반성 보고서를 내놔 미담(?)처럼 회자되는 일이 있었다. 


흠.


미담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 의의를 되짚어봐야 하는 포인트가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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