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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May 26. 2023

한은 총재 "물가 둔화 확신 줄었다"

질의응답 시간, 한 기자가 물었다. 


"지난 4월 통화정책방향회의 때와 비교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연 2% 상승)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지금 더 강해지셨습니까?"


그러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답했다. 


"연말까지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난달보다 더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다만 3%에서 2%로 내려갈 거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확신이 좀 줄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으아니 총재 양반, 그게 무슨 말이오? 이 끔찍한 고물가와 고금리가 내년에도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단 소리오?


그의 말을 풀이해 보면 이러하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전년 대비 3.7% 상승했다. CPI가 3%로 떨어진 건 14개월 만이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이는 지난해 6∼7월 이후 많이 올라간 유가가 떨어지면서 일어난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즉, 지난해 물가가 많이 오른 이유는 기름값이 높아서였던 건데, 그 기름값이 떨어지면서 물가상승률도 빠르게 낮아진 것이다.


이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그때부터가 진짜다.


실제로 이렇게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품목을 뺀 근원물가상승률(코어 CPI)은 더디게 떨어지는 모양새다.


올 연말까지 근원물가상승률은 3.3%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전망치(3.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양호한 서비스 수요 탓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24년 2.4%까지 내려갈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의 목표치는 연 2.0%엔 여전히 못 미친다.


그래서 한은 금통위는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유지했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세 번째 동결이다.


경제 성장세와 금융 안정에 유의하면서도 중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0% 수준에서 안정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동결'이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하면 안 된다. 3.50%도 상당히 높은 금리다. 그리고 고금리 효과는 쌓이고 쌓이기 때문에 숫자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


심지어 이 총재를 뺀 금통위원 6명이 최종금리를 3.75%까지 열어두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경제는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건 이번이 5번째다.


지난해 2월 2.5% → 5월 2.4% → 8월 2.1% → 11월 1.7% → 2023년 2월 1.6% → 5월 1.4%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IT) 경기가 부진한 탓이 크다. 또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 회복(리오프닝)이 더디기 때문도 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엮여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많은 반도체를 수출하니까.


참고로 반도체 부진 상황을 덜어내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계산하면 1.8%가 된다. 


2024년 성장률 전망치는 2.3%로 수정됐다. 지난해 11월 전망 2.3%에서 지난 2월 2.4%로 상향 조정했다가 다시 2.3%로 내려갔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는 어떤 상황일까? 


한은은 세계경제 성장세는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지속, 은행 부문의 신용공급 축소 영향으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둔화 흐름이지만 여전히 높고, 근원물가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둔화되는 상황이다.


각국의 상황이 별다르지 않은 것이다.


다만 미국의 부채한도(deposit limit) 협상 상황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복병으로 등장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의 글 '미국의 부채한도가 왜 문제인데?'를 읽어보기 바란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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