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연내 시중은행 전환…은행권 흔들 '메기' 될 수 있을까
대구·경북 주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온 지역은행인 대구은행이 창사 56년 만에 시중은행으로 바뀐다. 전국 단위의 은행이 되는 거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촉진은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중심 된 업권 과점을 깨기 위한 정부 방안의 하나다. 대구은행의 인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31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은행들은 최근 역대급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고물가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대출금리도 치솟으며 발생한 현상이다.
서민은 비싸진 장바구니 물가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데, 은행은 이를 기화로 돈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정부가 철퇴를 내리기로 했다. 이에 대한 가치평가는 하지 않겠다.
아무튼 금융소비자인 우리로선 은행 간 경쟁이 촉진돼 선택권이 넓어지면 나쁠 것이 없다. 예금 이자는 높아지고 대출 이자는 낮아질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정부의 장밋빛 전망이고, 정말 대구은행 등판으로 은행권 과점이 깨질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일단 이와 관련해 김태오 DG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을 만나 물어봤다. 다음은 김 회장의 발언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대구은행은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기 위해 컨설팅 업체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다만 시중은행이 되더라도 본점은 여전히 대구에 둘 것이고, 지금보다 지역 대표은행으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할 것이다.
*전국 영업에 따른 이익과 자본을 지역 경제에 재투자해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 수도권과 지방은행이 없는 강원도, 충청도 등 보다 넓은 지역에서 중소기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는 이유는 조달금리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이 되면 브랜드 이미지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디지털금융 시대이기 때문에 시중은행이 되더라도 꼭 수도권에 오프라인 점포를 늘릴 필요가 없다. 비용을 줄이면서 보다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핀테크 업체와 협력할 것이다.
*은행 이름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종합해 보자면 대구은행의 전략은 이러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엔 시중은행이 되려면 오프라인 점포를 많이 늘려야 했다. 점포 임대 비용이나 직원 인건비, 인프라 비용 등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이미 5대 시중은행이 철벽을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돼봤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젠 뱅킹 4.0을 바라보는 시대다. 오프라인 점포는 의미가 없어지고 디지털금융이 은행의 주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이 된다고 해서 오프라인 점포를 무리하게 확장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핀테크 업계와 협업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는 편이 승산이 크다.
한편 시중은행이 되면 더 값싼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도 제고된다. 무엇보다 시기가 좋다. 원래대로라면 시시콜콜 걸고넘어졌을 관리감독 당국이 쌍수 들어 밀어주겠다지 않는가?
다만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대구은행이 은행권 과점을 깰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5대 시중은행과 대구은행의 대출 규모는 6배까지 차이 난다. 게다가 시중은행이 되더라도 TK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한다면, 효과가 있겠나 싶다.
물론 정부는 이밖에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과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얼마나 많은 새 플레이어가 등판할지는 모르겠지만.
일각에선 이자 중심의 은행 수익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근본 해결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자장사 하는 것이 못마땅하면 다른 돈벌이 창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링 위에 선수만 계속 올려서 피튀기게 경쟁만 시키는 꼴이다.
미국의 은행들은 이자수익이 40% 정도고 나머지는 비금융수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수익의 90%가 이자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대마진에 목멜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다양한 업권 사이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에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번 조치는 출발일 뿐이고 이 방향으로의 금융개혁 움직임이 속도를 낼 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