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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Jul 22. 2023

[이탈리아]지중해에 갔으면 수영이 국룰!

포지타노 당일 여행

(좌)소렌토 전망대에서 촬영한 아말피 해안 (우)포지타노의 한 절벽 / 직접 촬영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죽기 전 가봐야 할 곳'으로 꼽은 이탈리아 남부의 아말피 해안(Costiera Amalfitana).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칼로 깎아놓은 듯한 절벽이 맞닿아 있고, 가장자리마다 파스텔 색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이름을 들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여자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곳에 별장을 지어 선물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가곡 '돌아오라 소렌토로'의 그 소렌토 전망대로 가는 길, 나폴리를 지나쳤다. 이곳 축구 구단의 세리에A 우승으로 도시 곳곳엔 축하 현수막과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최우수 수비수상을 거머쥔 자랑스러운 김민재 선수의 사진도 눈에 띄었다. 여행을 다녀오고 이 글을 쓰는 사이 김민재 선수는 뮌헨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목적지인 포지타노(Positano) 도착 전 소렌토 전망대에 들러 아말피 해안을 눈에 담았다. 그런데 여행은 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하늘엔 구름이 끼고 해안가엔 안개가 피어올랐다. 전날은 눈이 아프도록 하늘이 맑았다는데, 적잖이 아쉬웠다. 이건 내가 바랐던 지중해의 모습이 아니야! 우기의 동남아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지타노의 알록달록한 골목과 명물 레몬 셔벗 / 직접 촬영

침잠한 아드레날린 수치는 포지타노 해변에 발을 내딛는 순간 다시 차올랐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 양 옆으로 늘어선 아기자기한 가게와 수영복 차림으로 물에 젖은 채 거니는 벽안의 외국인들. 뜨거운 날씨를 날려주는 상큼함으로 날려주는 남부의 명물 레몬 셔벗. 지중해는 역시 지중해였다!

해변에서 바라본 포지타노 전경 / 직접 촬영

우리는 조금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유료 화장실에 들어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주변 가게에서 큼지막한 비치 타월을 한 장 샀다. 맨 살로 앉기엔 너무 모래사장 온도가 뜨거웠다. 그늘에서 쉴 정도로 여유는 없었기 때문에 파라솔은 빌리지 않았다. 대신 올리브영에서 산 큼지막한 선크림을 흥건하게 발라주었다.


본격적으로 바다에 뛰어들기 직전, 소지품 도난 걱정이 일었다. 이런 물가 비싼 휴양지에까지 소매치기가 있을까 싶긴 했지만 사고는 마음이 해이해지는 순간 일어난다. 부부가 각자 한 명씩 돌아가며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기로 했다.

포지타노 해변 / 직접 촬영

해변은 피서객들로 가득 찼다. 래시가드가 필수인 한국과 달리 서양 남자들은 트렁크, 여자들은 비키니 차림이었다. 누드비치가 기본이었던 스페인과는 달리 나체를 대놓고 드러낸 사람은 없었다.


6월 중순 지중해 햇살은 불에 달군 꼬챙이로 피부를 콕콕 찌르듯 따가웠지만 바닷물은 심장이 아찔할 정도로 얼음장이었다. 바다 쪽으로 조금만 헤엄쳐 나가도 금방 물이 깊어졌다. 우선 바닷물에 머리를 처박아 온몸을 적셨다. 로마와 피렌체, 베니스에서 흘린 땀으로 절어있던 몸이 상쾌하게 씻겨나가는 느낌이다. 수영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물놀이를 좋아했다. 유치원에서 다양한 스포츠를 가르친 덕분에 수영도 꽤 오랫동안 배웠다.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마치 지구의 일부가 된 기분이 든다. 시선이 낮아지면서 땅 속으로 들어간 느낌도 들고, 발이 땅에 닿지 않으니 공중에 떠있는 것도 같다. 무엇보다 충만한 무언가가 나를 감싸고 있다는 느낌.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건 덤이다.

포지타노 해변 / 직접 촬영

마음 같아선 시원한 캔맥주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었지만 시간이 넉넉지 않아 그럴 순 없었다. 투어 여행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따로 오려면 시간과 비용이 드는 여행지를 단체로 오가며 편하게 구경할 수 있으나 늘 시간에 얽매여야 한다.


그래서 선택이 필요하다. 우리는 해수욕을 택한 반면 다른 분들은 높은 절벽을 찾아 올라가 아말피 해안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건졌다고 한다. 전망 좋은 식당이나 카페에서 휴식을 즐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즐기려면 최소한 한나절은 포지타노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숙박을 하고 싶다면 가격이 쌀 때 미리 예약을 해놓는 것이 좋겠다. 휴양지인 데다 동네가 그리 크지 않다 보니 성수기엔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부킹닷컴에서 검색해 보니 가장 싼 방이 50만 원대고 비싼 곳은 1박에 200만 원에 육박한다. 그래서 숙소는 근처 다른 동네에서 저렴하게 이용하고 관광할 때만 포지타노로 건너오는 대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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