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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Aug 13. 2023

크리에이터 모니터 강화하는 금융권

디지털뱅크런 방지 취지지만…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도

최근 금융권에서 온라인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홍보팀 인력을 보강한다는 얘길 들었다. 나는 여기서 '온라인'이 언론 매체를 지칭하는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유튜브나 블로그, 브런치스토리 등 SNS 게시글 등을 말한 것이다.


이유는 '디지털 뱅크런' 우려 때문이다. 


뱅크런이란 고객들이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묘사해 만들어진 말이다. 과거엔 일일이 창구에서 현금을 뽑아 받아가야 했기 때문에, 뱅크런은 천천히 진행됐다. 그만큼 은행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 사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든지 정부나 중앙은행의 도움을 받아 파산을 막을 방법을 강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금융 시대다.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몇 초 만에 은행 예금을 일거에 빼낼 수 있다. 당연히 줄을 서거나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은행 고객들이 단체로 패닉에 빠지면 어떤 은행이든 순식간에 도산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악재가 알려진 지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은행의 대응 타이밍이 극도로 짧아졌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뻔했다. 한 상호금융기관 모 지점의 흡수합병 소식에 고객들이 불안감에 예금을 거둬간 것이다. SNS 일각에선 위기 지점 명단이 돌거나, 예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는 콘텐츠들이 올라왔다. 하지만 해당 금융기관은 이것이 가짜뉴스라고 했다. 하지만 SNS를 걷잡을 순 없었다. 행정안전부나 금융위원회 수장까지 나서서 유튜브 말고 정부를 믿어달라며 진화에 나섰다.


뒷얘길 들어보니 당시 굉장히 난처했다고 한다. 기사가 오보면 해당 언론사에 연락해 항의하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에 민원을 넣으면 된다. 반면 개인의 SNS 글은 즉시 대응이 어렵다. 글쓴이 전화번호를 모르니 댓글을 달거나 쪽지, DM을 보내는 수밖에 없는데, 바로 응답할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뱅크런은 빠른 대응이 생명인데 말이다.


그래서 금융권은 온라인 모니터 인원을 늘려서, 가짜뉴스를 어떻게든 빨리 발견이라도 하자는 전략인 것 같다. 


글을 쓰는 개인은 당연히 허위정보를 공공연히 게시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형법상으로도 죄가 된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경계가 모호하다. 예를 들어 현 상황에 대한 개인의 평가에 대해선 어떡할 것인가? 이런 경우에도 금융회사가 글쓴이에게 연락해 게시물 수정이나 철회를 요구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 때문에 금융기관은 허위 정보임이 명확한 경우에 한정해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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