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준영 Aug 16. 2023

영화 오펜하이머, 독서로 확장하기

칼 세이건  「코스모스」와 미치오 카쿠 「초공간」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에는 국경선이 없다. (중략) 상호 불신의 망령은 우리로 하여금 지구도 하나의 행성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케 하여, 모든 국가를 죽음을 향해 서둘러 행진케 할 뿐이다.


칼 세이건「코스모스」 632쪽


1945년 8월, 미국은 '일본을 항복시켜 우리의 아들들(미군)을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이유로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그날 지구엔 커다란 버섯구름이 솟아올랐다. 우주인이 지구 근처에 있었다면 그도 불기둥을 목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인에게 국경선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가 미국이고 독일이며 일본인지 알게 뭐람. 그에게 지구는 그저 푸른 바다와 육지를 지닌 아름다운 하나의 행성일 뿐이다. 이런 지구를 일부를 일부러 황폐화시키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우주인은 이해할 수 있을까?


아,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인류 외의 지적 생명체, 즉 외계 문명은 과연 존재할까?


우리은하에는 지난 50억~100억년 사이에 무수히 많은 0단계 문명이 탄생했고, 이들 모두가 우라늄을 활용하는 단계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런데 외부에 적대적인 국가의 기술 수준이 사회적 발전단계를 앞서가는 바람에 핵전쟁이 발발하여 오래전에 멸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치오 카쿠「초공간」 458쪽


지구는 태양계에 속한 행성 중 하나다.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다. 쉼 없이 수소 핵융합을 통해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의 근원은 태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유기물을 생산하고, 동물은 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영양분을 얻는다.


그런데 우주에 항성이 태양뿐일까? 과학자들은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에만 4000억개의 또 다른 태양이 존재할 것으로 추측한다. 말인즉슨 태양계도 4000억개씩 있다는 말이다. 생명이 출현할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4000억개 중 지적 생명체가 있는 태양계가 우리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주엔 우리은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주에 2000억개의 은하가 존재한다고 추산한 연구소도 있다. 자 그럼 태양계는 도대체 몇 개나 있을 것인가? 지적 생명체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중에선 인류보다 더 발전한 문명도 당연히 있으리라. 어디에선간 빛의 속도로 비행하는 우주선을 만들거나,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웜홀을 개발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만약 그토록 발달한 문명이 있다면,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인간 중 어느 누구도 외계인을 목격하지 못했다. 이는 외계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논리의 주요 근거다.


미치오 카쿠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진보된 문명이 수도 없이 탄생했지만, 기술개발에 치중한 나머지 대부분 멸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즉 외계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정도로 문명이 발전하기 전 모두 멸망했기 때문에 만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란 말이다.


외계의 다른 문명과 소통이 가능하려면, 그 문명이 멸망하기 전에 연락이 닿아야 한다. 문제는 외계와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과학이 발달하면서 시작된다. 오펜하이머 영화를 봤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원자폭탄의 핵심 원료 우라늄은 우주 어디에나 존재하는 천연 원소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별이 에너지를 방출하는 원리와 원자의 구조에 대한 지식이 쌓인다. 그럼 어떤 지적 생명체든 우라늄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미치오 카쿠가 지적했듯,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나치처럼 외부에 적대적인 세력의 기술 수준이 빠르게 발전될 확률이 높다. 사회적 발전을 앞질러서 말이다. 나치의 선동가 요제프 괴벨스가 쓴 일기를 보자.


원자 분열의 영역에서 이뤄지는 연구는 이제 최소한의 노력으로 엄청난 파괴력을 생성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독일인이 다른 민족들보다 우위를 차지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다.

데이비드 보더니스 「E=mc²」 165쪽


결국 어느 문명이든 우라늄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된다. E=mc²라는 공식을 처음 알아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이것이 인류에 무시무시한 파멸을 가져올 수 있음을 직감했다. 다행히도 연합군의 방해공작으로 나치는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완수했고, 실제 일본에 사용하기까지 했다.


이후로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들이 원자폭탄을 스스로 개발해 보유하기 시작했다. 원자폭탄이 무서운 이유는, 돈이 없고 군사력이 약한 국가손쉽게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원자폭탄을 보유하면 그 국가는 인류에 가장 강력한 위협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북한이다.


전 인류가 비핵화에 초국가적 협력을 다한다면 모르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 광적인 국수주의와 개인의 이기심이 극단으로 치달아, 언제 어떤 미치광이가 핵발사 버튼을 누를지 모를 일이다. 수소폭탄 개발을 반대하며 오펜하이머가 걱정한 다.


지구상엔 수만발의 원자폭탄이 존재한다. 인류는 일거에 멸망할 수 있다. 우선 핵폭탄의 충격파와 열폭풍에 휩싸이거나 방사능에 피폭돼서 죽다. 요행 직접 폭격을 피하더라도 운명을 바꿀 순 없다. 핵폭발에 따른 낙진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햇빛을 가로막아 지구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남은 이들은 핵폭발에 바로 죽지 못했음을 통탄하며 서서히 스러져갈 것이다.


여기서 문명의 발전은 가로막힌다. 이를 '우라늄 장벽'이라고 표현한다. 과연 지구의 인류는 우라늄 장벽을 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매거진의 이전글 얼룩말은 왜 타고 다닐 수 없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