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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Nov 01. 2023

남현희-전청조 보도, 이대로 괜찮을까

'음... 머리 짧은 여자 같은데?'


한 언론매체에서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와 전청조씨 결혼 소식을 보도했을 때, 게재된 사진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남씨보다 왜소한 체구, 앳된 얼굴, 좁은 이마 등등.


아니나 다를까 나 같은 인상을 받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급기야 그가 '여성'임을 주장하는 증언들이 속속 나왔고, 일부 언론사가 그의 사기 전과 판결문을 확인하면서 의문이 사실로 확인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보도를 종합해 보면 전씨는 영화 '미스터 리플리'에 나오는 리플리와 비슷하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면서 적극적으로 부를 거머쥐기 위해 사기를 쳤다. 그런데 성별까지 속인 점에서는 리플리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나도 이런 사실들을 보며 매우 놀랍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후 이슈가 돌아가는 모양새는 우려스럽다. 


전씨가 성전환 수술을 했는지, 잠자리를 할 수 있는지, 생식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에서도 왈가왈부 다루는 것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경쟁적으로 남씨와 전씨의 인터뷰(변명에 가까운)를 따내기 위해 애썼다.


심지어 경찰도 장단을 맞췄다. 국가수사본부까지 "엄정 수사하겠다"고 메시지를 내며 수사에 돌입했다. 그러자 언론은 경찰 압수수색 현장에 진을 치며 전씨가 수갑을 찬 모습 등 일거수일투족을 속보로 전달했다.


나 스스로 언론인이지만, 점점 '내가 이 사건을 이렇게까지 알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피해자들이 있는 사기 사건이기 때문에 기사로 다룰 순 있다. 그리고 남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전씨는 사법시스템에 따라 처벌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언론엔 보도조차 되지 않는 대다수의 사건과 달리, 이렇게 인터넷 포털과 TV 뉴스를 잠식하며 대서특필 돼야 할 공익적 목적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단지 유명 운동선수가 연루돼 있고 내용이 다소 엽기적이기 때문일 뿐이다. 내 생각엔 지금의 언론보도는 황색언론이 됐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지적처럼, 지난 7월 가해자인 펜싱 코치가 극단적 선택을 해 수사가 종결된 남씨 펜싱학원 성폭력 사건을 집중 취재하는게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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