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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Jul 04. 2022

[스페인]몬주익, 마법의 분수

여행 2일 차 Part 2

#2022.6.12.


바르셀로나에서 대중교통 타기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대성당) 내부 관람까지 끝내니 저녁 6시~7시쯤이었다. 투어 가이드는 저녁 일정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와 두바이 두바이몰 분수쇼와 함께 세계 3대 분수쇼로 일컬어지는 몬주익 분수쇼를 추천했다.


우리는 이날부터 한인 민박에서 묵을 예정이다. 호텔이라면 밤늦게 가도 상관없지만 사장님 한 분이 전부 관리하는 곳인 만큼 잠시 아픈 발을 쉬게도 할 겸 민박에 들리기로 결정. 지금까진 투어 차량으로 편하게 이동했으나 이제는 알아서 돌아가야 했다. 여행 이튿날 저녁 비로소 바르셀로나 대중교통에 도전해본다.


바르셀로나의 면적은 100㎢. 서울의 6분의 1 정도다. 볼거리들이 카탈루냐 광장을 중심으로 그리 머지않은 거리에 있기 때문에 시내 대중교통인 버스와 메트로(지하철)를 타면 금방 오갈 수 있다. 걷는데 자신이 있다 싶으면 웬만한 거리는 도보로 구경하는 것도 가능해 보이지만, 더운 날씨 때문에 추천하긴 힘들 듯하다.

티켓은 메트로 역 내부에 있는 자판기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보통 10회권짜리 T-casual 1 ZONA(1 zone)을 사면 무난하다. 가격은 장당 11.35유로다. 우리나라 옛날 지하철처럼 개찰구에 티켓을 밀어 넣고 다시 나오는 걸 뽑으면 문이 열린다.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탈 경우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내린 뒤 버스를 타면 혹은 반대의 경우 회수가 1회만 줄어든다. 지하철-지하철이나 버스-버스 환승 시엔 적용되지 않는다.


티켓을 사용할 때마다 뒷면에 깨알만 한 글씨로 남은 횟수가 적혀 나온다. 티켓이 구겨지지 않게 간수를 잘해야 한다. 마그네틱이 훼손되면 기계가 인식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티켓 자판기에 있는 직원 호출 버튼을 누른 뒤 사정을 설명하자. 남은 횟수에 해당하는 만큼의 새 티켓을 준다.

지하철 타는 건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만큼 선이 복잡하지도 않고 출구 개수도 적다. 역 이름과 방향만 잘 보고 타면 헷갈릴 일은 없을 걸로 보인다.


바르셀로나 대중교통엔 소매치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다들 지하철 승하차 시 열차 문쪽에 붙어있지 말라고 조언한다. 소매치기가 문쪽에 대기하고 있다가 문이 열리거나 닫히는 순간 냅다 훔치고 튄다는 거다. 만원 버스에도 소매치기가 들끓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여행 기간 바르셀로나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적은 없다. 중요 소지품은 잠금장치가 있는 크로스백에 챙기고 항상 주변을 살피고 다녀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예 방심하면 안 되겠으나 또 너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인 민박에서의 3


우리가 간 별****는 큰 가정집에서 방을 나눠 쓰는 식이었다. 사실 민박보다는 아늑한 분위기의 감성 에어비엔비 느낌이다. 공용 화장실은 두 개. 단 샤워기는 하나뿐이라 다른 손님들과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아침에는 사장님이 직접 만드는 한식이 나온다. 이것만으로도 이 민박집에 묵을 이유는 충분하다. 위치는 카탈루냐 광장과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숙박비는 3박에 300유로다.


체크인을 할 때엔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몰랐지만, 이곳은 여성 전용 민박이다. 사장님도 여성분이시다. 놀랍게도 당시 손님들 중 남자는 나뿐이었다. 왜 우릴 손님으로 받아줬냐고 물으니 부부가 함께 오는 건 괜찮다고 한다. 다른 편에서 이 민박집의 매력을 자세히 써보려 한다. 우리는 간단하게 정비를 한 뒤 몬주익 분수를 보기 위해 민박을 나섰다.


노을 지는 하늘로 낭만을 쏘아 올리다


메트로 Pl. Espanya역에서 내리면 에스파냐 광장으로 나올 수 있다. 몬주익 분수는 카탈루냐 미술관 앞에 있다. 분수쇼는 매주 수~일요일 저녁 9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분수에 도착하니 이미 인파가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시끌벅적 모여있는 광경이 얼마만인지.

분수쇼 시작 전 '바르셀로나'라는 비보이 팀 공연이 펼쳐졌다. 초등학교 때 『힙합』이라는 비보이 만화가 유행다. 폼 좀 잡는다는 애들은 교실 뒤쪽이나 복도에서 어쭙잖게 비보이 흉내를 내곤 했다. 나도 '윈드밀' 기술을 연습한다고 집 거실 먼지를 꽤나 닦았던 기억이 난다.


바르셀로나 팀의 공연은 매우 흥겹고 볼만했다. 크루들은 헬멧 말고는 별다른 안전장비 없이 돌바닥 위에서 멋지게 뛰고 돌고 굴렀다. 짧은 식견으로 실력 평가를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예술을 직관적으로 느끼는 감각은 나름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또 수많은 관중의 호응이 이를 증명한다. 여행 와서 처음 주머니 속 동전을 털어 그들의 모자에 넣었다.

밤 9시30분이 되자 음악과 함께 분수에서 물줄기가 솟아올랐다.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여름철 해가 늦게 지는 스페인은 9시30분에도 날이 크게 어둡지 않다. 스피커는 분수대 안에 설치돼있는 것 같았다. 퀸이나 아델 같은 유명한 아티스트의 노래나, 클래식, 재즈를 틀어준다. 중적인 음악이 나오기 때문에 누구나 함께 흥얼거릴 수 있다.


분수쇼를 즐기는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맥주나 샹그리아를 한 잔씩 마시거나 준비성 좋게 피자를 두어 판 사 와서 피크닉을 즐기는 친구, 반려견을 껴안고 감상하는 사람도 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흥을 주체하지 못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 공중제비를 도는 아이 등.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이야말로 눈앞의 즐거움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하늘에 어둠이 깔리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은근한 조명이 비추는 카탈루냐 미술관 옆으로 하얀 달이 걸리고, 분수는 그제야 검은색 도화지 위에서 화려색감을 뽐낸다. 카탈루냐 미술관 쪽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감상하는 바르셀로나의 스카이라인도 일품이다.


몬주익 마법의 분수는 그 자체로 대단하다기보다는 분수 주변의 분위기가 황홀감을 선사한다. 적당히 더운 여름밤 이따금씩 바람에 날려오는 시원한 물줄기.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친구와 연인들.


우연히 한 한국인 남녀의 대화를 듣게 됐는데, 서로 존대하는 것을 보니 우연히 만난 이들 같아 보였다. 그들의 양 볼엔 분수가 뿜어내는 물줄기과 같은 분홍 꽃이 피었다. 심장박동수 빨라지는 이 밤. 썸 타는 이와 함께라면 고백은 백전백승이지 않을까.

이처럼 몬주익 분수쇼를 만끽하기에 60분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숙소로 편히 돌아가고 싶다면 분수쇼가 끝나기 전에 지하철을 탈 것을 추천한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한강공원 불꽃축제도 불꽃이 터질 땐 천국이지만 집에 갈 땐 지옥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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