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주식에 발을 들였다. 그전까지는 '저축이 미덕'이라고 생각해 CMA 계좌에 돈을 차곡차곡 쌓아오기만 했던 나였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집을 마련하고 결혼비용을 내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돈을 다시 모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원래도 작고 소중했던 월급이 훨씬 더 어여뻐 보이기 시작했다.
한편 주변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었다. 미국 주식이나 가상화폐도 거래하고 심지어 선물까지 건드렸다. 하루 종일 종목 가격이 얼마가 올랐네 떨어졌네 얘기로 지치는 줄 모르는 모습을 보니, 뭔가 혼자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친구들이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점으로 달려가 주식에 대한 책을 몇 권 구입했다. 나름 '무지성 투자자'가 되지 말아야겠단 발로였다. 책엔 정말 별의별 투자 이론이 다 있었다. 차트를 보는 법, 포트폴리오 구성하는 법 그리고 무한매수법까지. 눈알이 핑핑 돌고 뇌 회백질이 정보 과다로 비명을 질렀다.
어쭙잖은 며칠간의 공부 끝에 '가치투자자가 되자'는 기치를 내걸고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 그리고 대체불가능토큰(NFT)이 유망한 미래 산업일 것이라 나름의 분석을 내놓으며 관련 대장주도 샀다. 또 유명한 투자 유튜버가 추천한 종목도 조금.
그게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2900 중반 대였고 코스닥은 1000포인트대였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7월 현재 코스피는 2300대, 코스닥은 700대 중반까지 고꾸라졌다. 손실은… 가슴이 아파서 적지 않는다.
여기저기에서 경제 위기라는 경고가 나온다. 주식시장이 이렇게 곤두박질 친 데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포스트 코로나19 펜데믹, 인플레이션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글의 요지도 아닌 데다가 그만한 식견도 없기 때문에 분석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의 개인적인 주식 투자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를 '투자의 대부'라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을 바탕으로 분석해보기로 한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코스톨라니의 달걀 / 책 170쪽
코스톨라니는 주식시장의 순환 과정을 달걀 모양으로 도식화했다. A1~B3까지의 국면에 대한 설명은 위 그림에 나온 내용으로 대신한다.
코스톨라니에 따르면 매수 구간은 B3와 A1국면이다. B3는 하강 운동의 과장기인데, 이때 주가가 더 떨어진다고 해도 동요하지 말고 매수하라고 코스톨라니는 주문한다. 최저점을 넘어서서 상승하는 시기인 A1도 당연히 매수 구간이다.
거래량이 많고 주식 소유자가 많아지며 가격이 상승하는 A2국면에선 추이를 지켜볼 것을 권한다. 그러다가 A3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미련 없이 주식을 팔아치우라는 것이다.
나는 어느 시점에 진입했던 것일까. 지난해 7월 코스피는 3316포인트 정점을 찍었다. 코스톨라니의 이론에 맞춰본다면 내가 진입했던 시점은 A3국면을 지나 B1로 넘어간 뒤일 것이다. 코스톨라니의 말마따나 '소신파 투자자'라면 매도를 해야 할 타이밍에, 나는 그들이 던진 매물을 비싼 값에 주워 담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건 결과론적인 분석이다. 당시가 B1 구간인지 아닌지 어찌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단 말인가. 코스톨라니도 "문제는 현재가 어느 국면에 위치해있는지를 파악해내는 능력이다"라고 강조하며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호재성 소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과잉 매수 구간으로, 최고점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주식의 값이 너무 오른 탓에 더 이상 사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다. 반대로 악재에도 시장이 위축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과잉 매도 상태로, 곧 바닥에 이를지도 모른다. 이때 주식은 악재에도 개의치 않는 소신파 투자자들의 수중에 있다.
거래량도 눈여겨볼 지표다. 코스톨라니에 따르면 거래량이 적으면 현 가격 트렌드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거래량이 많으면 트렌드 전환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한다.
시세가 하락하면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이 던지는 물량 때문에 일시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난다. 거래량이 증가하면서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다음 상승 운동 국면이 다가왔다는 징조라는 게 코스톨라니 설명이다. 거래량이 적은데 시장이 상승한다면 아직 주식 대부분이 소신파 손에 있다는 증거다. 시세가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부화뇌동파가 뛰어들 준비를 하고, 소신파는 주식을 넘길 준비를 한다.
언론보도 분위기도 참고해야 한다. 낙관적인 기사가 나오면 평소 주식을 모르던 사람들까지 주식시장에 관심을 보인다. 시장의 모두가 낙관론자가 되면 시장은 A3 국면의 끝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언론보도에 모두가 비관론자가 되면 B3에 도달한 것이다. 이때 소신파 투자자들은 재빨리 매수세에 올라탄다.
그러면 현 주식시장은 어느 단계에 있는 것일까. 최소한 B2 국면인 것은 자명해 보인다. 문제는 B3 국면이냐는 것이다. 코스톨라니 말대로라면 B3 국면에선 매수에 뛰어들어야 한다.
코스피 차트 / 네이버 금융 화면 캡처
현재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양새지만 거래량은 지난 3개월 수치와 비교해봤을 때 많아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면 가격이 하락하는 트렌드가 더 지속될 걸로 추측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번에 기준금리를 75bp, 오는 9월에 50bp 올릴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리가 올라가면 시중의 돈이 은행으로 들어가고 투자심리는 위축된다. 분석은 다양하겠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하방은 열려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나는 B1 국면에 주식을 시작했고, 현재 시장은 B2~3 중 어드메에 있다는 것이다. 주식을 추가 매수해 반전의 기회를 노릴 것인지 아니면 '존버'할지는 우리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