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얀 마텔
"그 짧은 눈길은 그 순간까지 마음속에서 울려 퍼진 적 없는 비참함을 보게 만들었다. 나는 내가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고 그 감옥에 들어갔다. 나는 내가 로마 병사라는 걸 깨닫고 그곳을 나왔다. 우리는 동물보다 나을 게 없다. 오늘 내가 다시 갔을 때 그들은 죽어 있었고 시신은 치워져 태워진 상태였다. 이제 그들은 자유롭다, 내내도록 그래야 마땅한 것을." 134쪽
"이제 나의 사명이 무엇인지 안다. 죽음이 나를 데려가기 전에 신을 위해 이 선물을 만들 것이다. 감사하게도 가르시아의 농장에서 지옥처럼 갇혀 있는 그녀를 만났을 때 스케치를 해두었다. 그녀의 눈은 내 눈을 뜨게 했다. 나는 인간이 자초한 파괴를 증언할 것이다. 우리가 동산에서 몰락한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를!" 135쪽
그는 온몸에 털이 많다. 그의 가슴 털을 쓸어내리는 도라의 손길에서 항상 위로를 받았지만 그 기억을 제외하면 털이 많은 게 혐오스럽다. (중략) 지금 이 순간 그는 가려움증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다. 그는 구두를 내던지고 양말을 벗고, 바지의 한쪽 가랑이에서 발은 뺸 다음 다른 발을 뺀다. 양손으로 엉덩이를 공략한다. 그는 동물 소리를 내고 동물 표정을 지으면서 아아아아아! 하고 신음하고, 오오오오오오! 하고 신음한다. 113쪽
토마스의 내면이 곤두박질친다. 그는 도둑질의 피해자였고 그리고 이제 도둑질을 저질렀다. 두 사건 모두 아이를 빼앗아 갔다. 그는 갑자기 집어삼켜지는 기분이다. 마치 그가 물 위에 떠서 버둥대는 벌레이고, 거대한 아가리가 그를 꿀꺽 삼키는 것 같다. 149쪽
토마스가 묻는다. "저게 뭡니까?"
여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시지요."
"여기 당신들이 갖고 있는 것은 침팬지입니다! 유인원이죠. 확실히 그의 스케치입니다. 당신들의 사람의 아들은 신이 아닙니다. 그는 십자가에 달린 유인원일 뿐입니다!" 156쪽
다윈이 태어나기 오래전, 광적이지만 명석했던 한 신부는 아프리카의 외진 섬에서 침팬지 네 마리를 만났다가 대단한 진실과 마주쳤다. 우리는 진화된 유인원일 뿐 타락한 천사가 아니다. (159쪽)
"이성은 그 자체로는 우리를 어디로도 이끌지 못해요. 역경을 앞두고는 특히 그렇죠. 그 둘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될까요. 당신에겐 이야기가 해결책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야기는 이성을 멋지게 내보이는 동시에 당신을 나사렛 예수의 곁에 있게 하니까요. 그렇게 하면 당신은 흔들릴 지라도 신앙을 고수할 수 있어요." 200쪽
'그리스도의 몸은 다른 데 있다. 여기에는 그저 인간의 몸이 있을 뿐이다.' 237쪽
라파엘 미구엘 산투스 카스트루, 83세, 포르투갈의 높은 산 투이젤루 출신
"종일 그거랑 뭐 하는데?"
"우린 산책을 해. 가끔 레슬링도 하지. 주로 그냥 빈둥거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피터?"
"나도 몰라. 그게…." 그게 뭐 어떻다고? "…흥미로워."
"흥미로워?"
"그래. 사실 온 마음을 사로잡아."
"그거랑 사랑에 빠졌군." 364쪽
예수님이 유인원이라면 그러라지 뭐. 그는 유인원이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신의 아들'이다. 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