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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Jan 30. 2023

끝 보이는 긴축, 그런데 금리 인하는 독일까 약일까

"이자는 '시간에 대한 비용'이다"

"기준금리 인상의 누적 영향을 평가하는 동안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지시간 25일, 캐나다 기준금리는 0.25% 포인트 올라 연 4.50%가 됐다. 지난 10개월 간 8 연속 인상으로 연 0.25%에서 425 베이시스포인트(bp)나 올랐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후 기자회견에서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BOC) 총재가 한 위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BOC가 기준금리 동결 수순에 들어선 것이다. G7 국가 중 처음이다. BOC는 고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누적되면서 가계 지출이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택시장과 고가품 시장의 침체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보다 20여 일 앞서 긴축을 시작한 캐나다의 금리 인상 종결이 임박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 미국 내 물가 흐름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1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5.0%, 전월보다 0.1% 각각 올랐다. 15개월 만에 최소폭 상승이다. 지난해 6월 6.8%를 기록하며 40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던 PCE 가격지수는 최근 6개월간 꾸준히 둔화하는 추세다. PCE는 연준이 물가 수준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지표다.


한편 경기선행지수는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경제 침체 징조가 뚜렷해 것이다. BOC의 분석처럼 고금리 여파는 뒤늦게 누적돼서 나타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경기 침체가 더 심각하게 올 수도 있다.


결국 기준금리 인상의 근본 이유인 물가는 잡히는 반면 경제는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당초보다 일찍 브레이크를 밟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종금리를 5.00~5.25%(중간값 5.1%)로 전망한 바 있지만 현재 시장 참여자의 절반 정도가 5.00%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엔 연간 물가상승률이 3%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 가격이 안정되고 외환시장이 안정되면 서다. 한편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은 -0.4%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2023년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절반이 최종금리로 3.50%를 전망하기도 했다.


고통스러운 고금리, 하지만 저금리만이 정답일까?


현재의 금리는 확실히 높은 수준이다. 물가를 끌어내릴 정도로 제약적이고 경기를 둔화시키고 있으니까. 고금리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상화폐 시장을 고꾸라트렸다. 특히 빚을 내서 투자했던 사람들은 충격이 더 크다. 부동산 시장 활황을 기회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열을 올렸던 건설사와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도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날과 같은 저금리가 무조건 좋은 것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위기는 저금리가 초래했다는 평가가 많다.


금리가 낮으면 저축해도 돈이 붙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식이나 부동산, 코인 등으로 자산을 불릴 생각을 한다. 심지어 대출 금리도 낮기 때문에 빚을 내서 투자한다(레버리지). 이른바 '이지 머니(easy money)'다. 이 값싼 돈들은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자산 시장에 거품이 끼게 만들었다.


코스피는 사상 최초 3300을 돌파했고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8000만 원을 넘어 1억 원을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도 과열됐다. 집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억 소리 나게 올랐지만 "오늘 사는 집이 제일 싸다"는 말이 진리처럼 여겨질 정도로 성황이었다. 유동성은 강남 4구를 폭발시킨 뒤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채우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수도권까지 흘러넘쳤다.


19세기 영국의 은행가 존 풀라턴(John Fullarton)은 "금리가 낮을 때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은 규모가 부풀어 오른다"라고 말했다. 과연 그랬다.


이자가 낮을 때 기업의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자는 달리 말하면 '시간 비용'이다. 목돈을 시간을 앞당겨 융통하는 대가로 이자를 지불하는 것이다. 금리가 높으면 기업들은 필요한 사업에 대해 집약적으로 생산성을 향상하려고 한다. 이자가 비싸니 돈을 빨리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금리가 낮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 지금 갚든 나중에 갚든 별 차이가 안 나니까. 이 사업 저 사업 손대느라 오히려 대출을 늘리기도 한다.


결국 낮은 금리는 부채를 늘리는 길이다. 그런데 부채가 팽창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된다. 경제 주체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금융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중앙은행은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리를 내리려 한다. 이는 '부채 함정'이다. 부채를 걱정해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 사람들은 또 부채를 늘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그동안 우리는 시간을 너무 값싸게 이용해 온 건 아닐까. 시간은 '금'인데 말이다. 이번 고금리 시기가 지난 후 각국 중앙은행이 시간의 가격표에 얼마를 적어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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