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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Mar 19. 2023

롤러코스터 함께 탄 세계 증시

운전대엔 파월 연준 의장이 있다!

은행 위기마다 롤러코스터 타는 증시…내일은 어떤 장이 열릴까?


우리의 주식 계좌는 지난주부터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은행 위기가 들불처럼 번지면서다.


각국 기관 투자자들이 SVB 등 위기 은행에 투자한 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염려와, 다른 은행들도 고금리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주 폭락은 물론이고 또 다른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두려움에 자본시장 전체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가 밀물처럼 들어오길 반복하고 있다.


SVB 사태 이후부터 세계 증시의 방향을 직접 정리해 봤다. 상승 마감한 날은 빨간색, 하락 마감한 날은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그 결과 각국 주요 증시는 여러 사람이 다리 한쪽씩 묶고 함께 걷는 '2인 3각'처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은행 위기 국면에 따른 세계 증시 추이/ 직접 분석

우선 SVB 위기가 터진 직후 미국 뉴욕증시와 유럽증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증시는 일제히 큰 폭 하락했다. 이틀 뒤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되면서 공포감은 더욱 커졌다.


현지시간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내놓으면서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지만, 각국 은행에서도 부실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며 유럽증시와 14일 아시아증시는 2~3%대 폭락했다.


이후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원 조치에 은행 위기감이 다소 진정되고 연준의 긴축 기조가 약해질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증시는 동반 상승했다.


현지시간 15일 크레디스위스(CS) 위기가 새롭게 발발했다. 유럽증시는 3%대 폭락했고 다른 국가들도 하락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이 자국 중소은행을 위해 300억달러를 지원하고, 스위스 중앙은행이 크레디스위스를 돕겠다고 하자 세계 증시는 반등했다.


하지만 다음날 SVB 모기업인 SVB파이낸셜의 파산보호신청 소식이 알려지며 뉴욕과 유럽 증시는 다시 하락 마감했다. 가히 롤러코스터 급이다.


그럼 다음 주 증시는 어떻게 될까? 스위스 정부가 자국 1위 은행인 UBS로 하여금 CS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합병이 잘 마무리되면 일단 CS 위기는 한층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 위기를 촉발시킨 근본적인 원인은 여전하다. 바로 고금리다. 금리가 오르자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은행의 자산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담보 가치 하락에 따라 부채 규모가 자산가격을 넘어서는 부실 대출이 늘어날 거란 우려도 커졌다. 우리나라도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를 겪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부실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세계 증시 운전대 잡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결국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중요해졌다. 은행 위기의 단초가 된 건 가파르게 치솟은 금리 때문이고, 이런 고강도 긴축은 인플레이션이란 괴물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을 낮추려면 통화 긴축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여 재화에 대한 수요를 진정시켜야 한다.


이날 연준이 금리를 어느 수준으로 올리느냐에 따라 증시 방향성이 영향 받을 것이다. 일단 시장은 기준금리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인상)' 확률을 62%로, 동결 확률은 38%로 예측하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시장 참여자의 40% 이상이 0.50% 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점쳤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빅스텝을 예상하지 않는다(0%).


연준 고민은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경기침체의 그림자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은행 위기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자칫하면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금융시스템 불안을 진정시키려면 긴축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긴축 열차를 출발시킨 목적을 잊어서도 안 된다.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을 아직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6%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5.5% 상승했다. 여전히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연 2%를 크게 웃돈다.


긴축을 늦추면 인플레이션은 더 멀리 달아날 수 있다. 연준의 속도 조절로 인플레이션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 달리말해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거란 예상이 커지면 경제 주체들이 물건값이 오르기 전 소비를 앞당기게 된다. 이는 인플레 상방 압력으로 연결된다. 중앙은행이 섣불리 피벗(통화정책 전환)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0%에서 3.5%로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유럽 은행권 위기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비껴간 것이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물가와 단호히 싸워가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향후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3월 FOMC 결과는 우리 시간으로 23일 목요일 새벽 3시에 발표된다. 과연 '소방수' 파월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발화지점을 공략할 것인가, 아니면 금융위기라는 급한 불을 끌 것인가? 증시 롤러코스터의 운전대는 파월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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