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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Mar 23. 2023

연준아, 곧 금리 인상 끝이라고?

/픽사베이(pixabay)

미국 금리는 왜 중요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이번달에도 미국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p) 인상해 연 5.00%로 끌어올렸습니다. 작년 3월에 연 0.25%에서 0.50%로 첫 인상한 지 1년 만에 정말 많이도 올랐네요.


그런데 이 뉴스는 왜 대서특필되는 걸까요?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금리란 돈 가치의 척도, 즉 '돈값'입니다. 같은 돈이라도 금리가 높으면 은행 예금을 통해 더 큰 이자를 받을 수 있죠. 반대로 남의 돈을 빌릴 땐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수요가 커지면서 달러값이 비싸지게 됩니다. 이자가 높은 쪽으로 돈을 옮기는 것은 당연하죠. 이때 원화는 상대적으로 싸지게 됩니다.


원화의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0달러짜리 수입품을 살 때 예전엔 1만1000원 정도가 필요했다면 요샌 1만30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2000원만큼 물가가 오른 셈이네요.


한편 현금의 가치가 오르면서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에 있던 돈이 은행 등으로 몰려가는 '머니무브'도 일어납니다. 투자금이 빠지면서 증시가 하락하고 부동산 가격은 떨어집니다. 특히 미국 증시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죠. 뉴욕증시 하락은 우리의 증권 계좌에도 파란 불이 들어오게 만듭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요지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지금부터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 tradingeconomics.com

◎파월 의장 "지속적인 금리인상 대신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FOMC 성명서에도 있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내용입니다. 원문으로 한 번 보겠습니다.


"As a result, we no longer state that we anticipate that ongoing rate increases will be appropriate to quell inflation. Instead, we now anticipate that 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 may be appropriate."


해석하자면,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속적으로(ongoing)'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법 대신 '아마도(may)' '다른(some)' 정책 긴축이 적절할 것 같다는 말입니다.


'인플레이션 2%'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고수해 온 그간의 스탠스와는 꽤나 온도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최종금리 전망도 연 5.00~5.25%로 유지됐습니다. 지금이 5%니까 0.25% 포인트를 한 번만 더 올리면 끝이라는 계산이 나오는군요!


무서운 매파(통화 긴축 선호)였던 연준이 왜 갑자기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스러운 발언을 한 걸까요? 그건 바로 은행 위기 때문입니다.


제가 앞선 글 두 편을 통해 썼듯, 미국의 은행은 글로벌 경제의 '뇌관'이 됐습니다. 지독한 고금리 탓에 은행이 보유한 장기채권 등 자산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건전성이 나빠졌습니다. 특히 중소형 은행에서 위기감이 높죠.


은행이 흔들리면서 신용 시장에서 위축이 일어났습니다. 돈의 흐름이 악화되면서 의도치 않은 긴축 효과가 난 거죠. 연준은 여기에 금리까지 올리면 과잉 긴축이 될 거라고 본 겁니다.


시장은 이를 금리 인상 조기 종료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앞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화가 비싸진다고 했는데, 오히려 오늘은 싸졌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22년 만에 최대폭인 1.50%p까지 벌어졌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30원이 내려갔죠. 기준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곧 통화정책이 바뀔 거란 전망이 부상하면서 달러 강세가 누그러진 겁니다.


미국의 다수 투자은행도 이날 연준의 발표가 비둘기스러웠다고 분석했습니다.

2023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 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연준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올해 안엔 금리 안 내린다"


하지만 낙관은 이릅니다. 최종금리가 얼마나 높은지뿐만 아니라 지속 기간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금리 인상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미치며 누적되기에 그렇습니다. 일단 파월 의장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뉴욕증시가 찬물을 맞은 이유죠.


그럼 연준의 긴축 열차는 언제까지 갈까요?


연준의 목표는 연간 물가상승률 2%입니다(굳이 왜 2% 인지는 다른 글을 통해 써보겠습니다). 그런데 연준이 주목하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5% 대에서 내려오질 않고 있죠. 그리고 연준은 원래 PCE가 연내 3.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 전망치도 3.3%로 높였습니다.


물가가 통제되지 않는 원인으로 연준은 '타이트'한 고용시장을 꼽습니다. 일자리는 많고 근로자는 적다 보니 임금상승률이 높아집니다. 임금은 물가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죠. 게다가 한 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임금에 '하방경직성이 높다'거나 '끈적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연준이 은행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올린 이유도 결국은 물가상승률을 떨어트리기 위해서입니다. 물가상승률이 확실히 떨어지는 추세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금리 인하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죠.


금리 인상이 곧 끝나더라도 그게 금리 인하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누증된 고금리 여파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밀물처럼 들이닥칠지 모릅니다.


연준은 은행 위기를 반영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당초 전망인 0.5%에서 0.4%로 낮췄는데, 과연 세계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까요?


◎3월 FOMC 요약

1. 미국 기준금리 연 4.75~5.00%(0.25%p 인상)

2. 점도표 상 최종금리 5.1%(중간값) 유지. 이대로라면 앞으로 한 번의 인상만 남음

3. 연준이 통화 긴축은 유지하되 그 수단으로 금리 인상 외에 다른 정책을 택할 듯

4. 하지만 연내 금리 인하 계획은 없음

5. 물가는 아직도 높고 고용시장은 타이트함

6.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p 낮춤


*헤드라잇 '용감한타자기' 계정에도 업로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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