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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첸 Mar 11. 2021

‘나’라는 친구는 존재를 갈망하는구나.

01.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수행하듯 살고 싶었던 나에게 일은 곧 수행의 도구였다. 하지만 번번히 성취욕에 휘둘리며 몸과 마음에게 더 많은 걸 요구하곤 했다.


치열하게 일하던 내가 공부에 전념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질문을 요즘 자주 해보았다. 그리고 공부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 슬슬 생활을 정비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부도 일처럼 성취하고 싶어지더라. 조바심에 잠도 잘 오질 않았다. 생각이 많아 뭐 하나 시작하지를 못하고 머뭇거렸다.


나는 한동안 공부하는 몸과 마음에 대해 깊이 질문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자꾸만 나의 주의가 바깥을 향하고, 사람들의 인정에 치우치는 걸 바라보며 다시 알게 된 점이 하나 있다.



‘나’라는 친구는 존재를 갈망하는구나.




위빠사나 명상을 배울 때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귀를 통해 소리를 듣듯이 눈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듯이 자아는 자신이 아닌 것들로부터 존재를 확인받길 바란다고. 자아의 속성이 그러한 것이라고.


귀를 통해 소리를 듣는 것이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닌 것처럼 자아의 현상도 그러한 것이었다. 자주 자아를 탓하고 제압하려고 했던 나는 그 말을 듣고 허탈하기까지 했다.


“나” 즉, 자아라는 친구에게 존재를 갈망하는 일이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나의 잠 못이루던 지난 밤들이 자아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자아는 자기 몫을 응당하고 있었다. 나는 단지 자아의 자연을 이해하고 바라보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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