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1000자는 써야 한다.

백종원 메타로 글 쓰는 방법

by 김선비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노인과 바다'와 '무기여 잘 있거라'를 쓴 전설적인 작가 헤밍웨이가 남겼던 말이다. 많은 글쓰기 전문가들은 이 문장을 예로 들며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오랜 시간을 들일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 하는 말을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한국말은 조사가 중요하다. 같은 말이라도 '어' 다르고 '아' 다르다. '나는 너를 사랑해''내가 너를 사랑해', '나라는 사람이 너를 사랑해'는 모두 같은 뜻이지만 어감은 제각기 다르다. '그래서 작가 김훈은 소설 '칼의 노래'의 첫 문장을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할지,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로 할지 몇달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글을 쓸 일은 없다는 것이다. 당장 24시까지 이력서를 제출하라는데, 회사에서 팀장이 오후 4시까지 기획안을 제출하라는데, 방학숙제로 내일까지 독후감을 써오라는데 무슨 조사를 다듬고 있겠는가.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조사를 다듬고, 조금 더 정확한 어감을 전달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하고, 쉼표 하나, 문장 부호 하나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글들은 그냥 뜻만 통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글을 쓸 때는 굳이 퇴고를 여러 번 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많은 글쓰기 지침서에서는 일필휘지라는 말은 거짓이라고, 마치 내 안에서 글이 뿜어져나오듯 자동으로 손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췄다는 말은 믿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틀렸다. 그 말이야말로 거짓말이다. 신춘문예에 나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저 자기소개서나 대학교 레포트를 그럴싸하게 쓰고 싶은 거라면, 퇴고를 하지 않아도, 대충 휘갈겨도 충분히 쓸 수 있다.


오히려 그런 식의, 글쓰기를 무슨 특별한 인내심과 장인정신을 가진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인양 신성시하는 말들이야말로 글쓰기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글쓰기를 시작할 엄두도 안 나게 만든다. 글쓰기를 알려주겠다고 하는 그들은, 실은 알려주기 싫은 것이다. 글을 쓰는 기술을 자기들만 독점하고 싶은 것이다. 마치 청동기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석기시대 인간들이 귀족으로서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한테는 청동기를 만드는 법을 안 가르쳐준 것과 비슷하다.


앞으로는 그런 글을 쓰는 법에 대해 써볼까 한다. 미슐랭 3스타 급의 글은 아니지만 백종원 레시피로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이 방법을 마스터한다면 한 시간에 천 자 정도는 찍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데는 50분 정도 걸렸다.(128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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