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1000자쓰기
물론 1시간에 1천 자를 쓴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했던 말을 표현만 바꿔서 또 하면,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걸 굳이 늘려서 쓰면 금방 채울 수 있다. 그냥 'ㅋㅋㅋㅋㅋ'만 1천 번을 채워도 1천 자는 채워진다. 하지만 그걸 잘 쓴 글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좋은 글을 써서 1천 자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글. 모호한 말이다. 그게 문제다. 맛있는 음식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입맛에 맞다. 삼겹살이나 치킨, 피자는 누가 먹어도 맛있다. 잘생긴 사람은 누가 봐도 대체로 잘생겼다. 차은우나 공유가 잘생겼다는 말에는 최소 90% 이상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혹은 잘생겨지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는 대단히 명확하다. 치킨, 피자집에 가던지, 차은우처럼 성형을 하던지, 하면 된다. 그런데 글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글들에 '좋은 글'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다. '서울대 필독 도서 100권', '청소년 필독 도서 100권', '대통령이 휴양지에서 읽은 책', '노벨 문학상 수상작'. 이런 글들은 당연히 좋은 글들일 것이다. 그런데 더럽게도 재미가 없다. 몇 번을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통 모르겠다. 아마 진짜 서울대생들도 그 책들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연세대까지는 대체로 안 읽는다.) 그런데 교수님은, 평론가들은, 지식인들은 그런 글들을 '좋은 글'이라고 칭찬한다.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글들을 읽고, 그런 글들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고, 노트에 필사를 한다. 그리고 아무도 읽지 않는 재미없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란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다. 글이란 무엇인가? 언어를 표현하는 기호다. 그럼 언어란 무엇인가?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그러면 의사소통은 무엇인가?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너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다. 즉, 글쓰기란 한국인들끼리 쓰기로 약속한 한글이라는 기호 체계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글은 내 생각을 정확히 드러내야 한다. 어떤 장르의 글이건 마찬가지다. 반성문이면 반성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야 하고, 연애 편지면 사랑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야 하고, 사업 제안서면 내 사업의 강점이 무엇인지 잘 드러나야 한다. 이해가 안 가는 글이라는 건 굴러가지 않는 자동차, 찬 바람이 안 나오는 에어컨과 똑같은 거다. 애당초 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내 생각이 명확해야 한다. 생각이 명확할수록 그걸 글로 옮기기도 쉬워진다. 오늘 처음 입사하는 신입 사원에게 우리 회사에 어떻게 와야 하는지 설명하는 글을 쓴다고 생각해보자.
가양동 성지 아파트 단지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꺾는다. 앞에 따릉이 보관소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200미터쯤 가서 좌회전한다. 양천향교역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직진한다. LPG가스 충전소 앞에서 다시 왼쪽으로 간다. 한독 약품 사옥 앞에 따릉이를 놓고 100미터 정도 더 걸어간다. 회사 건물이 나온다. 왼쪽으로 꺾어서 B동 8층으로 간다.
이 정도 수준의 글이라면 누구든지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왜일까?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마다 일주일에 다섯 번씩 오고 가던 길이기 때문이다. 계란 후라이를 만들거나 라면을 끓이는 법, 세탁기를 돌리는 법에 대해 쓴다고 생각해보자. 어려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글을 보고 누구라도 라면을 끓이고 계란 후라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글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글쓴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좋은 글이다. 별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시간에 1천 자씩 글을 쓰라는 건 글을 대충 쓰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내 생각이 명확히 정리되어 있을 때, 글로만 옮기면 될 때 쓰라는 말이다. 그렇게 하면 누구나 1시간에 1천 자를 쓸 수 있다. 만약 그게 안 된다면 이유는 명확하다. 생각이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주제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