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를 막기 위해 밑밥을 깔자면 SNS 감성글 자체가 쓰레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걸 쓰는 놈은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놈'이다. '년'이면 괜찮다. 남자가 쓰면 쓰레기지만 여자가 썼으면 쓰레기 아니다.
"5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틴더를 시작했다." 라는 책이 있다. 당신이 여자라면 이 책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틴더는 소개팅 어플이잖아? 그 중에서도 원나잇이나 FWB(Friends With Benefit: 섹스파트너) 같은 지극히 가벼운 만남을 원하는 남자들이 모이는 곳이잖아? 그런 걸 했다고? 5년 사귄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정말 힘들었나보다. 오죽했으면 그렇게 해서라도 잊으려고 했을까?
하지만 남자라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심심했나 보네? 남자들로부터 예쁘다는 말도 좀 듣고, 고백도 좀 받고, 비싼 것도 좀 얻어먹고 싶었나 보네? 그러면서 공주님 대접도 좀 받아보고, 자존감도 좀 채우고 싶었나 보네? 좋겠다. 5년 만난 남자 친구랑 헤어져도 뒤돌아서면 한 번 밥이라도 같이 먹어달라고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호구들이 저렇게 많은데 남자 친구 따위 생각이나 나겠나?
'틴더'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시선이 다른 건 남자와 여자가 살아가는 세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개팅 어플의 가입자 성비는 9대1이다. 물론 9가 남자다. 틴더는 그 중에서도 더욱 악명 높다. 9.7 대 0.3 정도 될 것이다. 하지만 연애는 1 대 1의 관계다. 그래서 남자는 9.7 중에 0.3에 들어야 한다. 즉, 97명 중에 94명을 제쳐야 한다. 하지만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노력을 해서 외모를 가꾸고 돈을 모으고 교양을 쌓을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무제한 선택권'을 결제한다. 그리고 무제한 선택을 한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시간에, 밥먹으면서, 사진도 안 보고 무조건 하트를 누른다. 10km 인근의 여성과 매칭이 안 되면 20km로 늘리고, 그래도 안 되면 40km로 늘린다. 그렇게 해도 안 된다. 겨우 겨우 하나 매칭 되었나 싶더니 두 마디 정도 하고 잠수를 타 버린다. 밖에서였으면 눈길도 안 줬을 여자인데, 발정난 호구들이 좀 선택해주니까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 싶다.
하지만 여자의 입장은 다르다. 남자가 해야 할 일이 97명의 경쟁자 중 94명을 제치는 거라면 여자가 해야 할 일은 97개의 선택지 중 94개를 걸러내는 것이다. 물론 남자가 보기에는 쉽고 편해 보이지만 여자의 입장이라고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94명 중에는 폭력적인 성향이나 변태 성욕을 가진 이들도 있고, 여자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게 아니라 그냥 먹고 버리려고 다가오는 이들도 있다. 그런 남자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면 여자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데이트 폭력을 저지르거나 스토킹을 할 수도 있고, 섹스 동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위협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임신을 할 수도 있다. 상식적이고 착한 남자를 잘 선별해낸다고 끝이 아니다. 그 남자에게 성적인 끌림을 느껴야 한다. 나에게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에게 모진 말을 하는 것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여자가 쓴 SNS 감성글은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남자가 쓴 건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건 그래서다. 물론 여자가 쓴 글도 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너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렇게 말하는 너도 정작 돈 없고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고백하면 역겹고 토 나올 거잖아?"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건 취향의 문제다. 내 취향이 아닐 뿐 잘못된 게 아니다. 그 글에는 그녀들 나름대로의 진심이 있다. 그건 존중받아야 한다. 마음에 안들면 안 읽으면 될 일이지 그걸 쓰레기라고 폄하해선 안 된다.
하지만 남자가 그런 글을 쓰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97명 중에 94명을 제쳐야 하는 사람과 97명 중에 94명을 걸러내야 하는 사람의 입장은 절대로 같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어떤 남자들은 마치 내 마음속을 그대로 그려낸 것 같이 예쁜 글을 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가 3%에 드는 남자이거나, 아니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약 94%의 확률로 그는 SNS 구독자를 늘리려고, 혹은 책 팔아먹으려고 어디서 주워온 예쁜 단어들 대충 묶어서 마음에도 없는 글을 써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런 글을 쓴다면 나 자신에게 구역질이 날 것이다. 어떤 의미로 참 대단한 녀석들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