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갈망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사람이라는 것
너를 울리는 그 사람이 뭐가 그렇게 좋으니
너는 모르지 너만 모르지 너를 사랑하는 내 맘을
걸음이 느린 내가 먼저 가지 못해서 내 자릴 뺏긴 아픈 사랑을
- 하동균, 그녀를 사랑해줘요
이런 류의 노래 가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해가 안 가서 그랬다. 내 코가 석자인데 무슨 남 걱정을 하나, 내 마음 알아주지도 않는 사람한테 뭐 저렇게 절절 매나, 했다.
그런데 근래에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했다. 예전에 좋아했던 친구를 만났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요즘 만나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자기는 그 사람이 너무 좋은데 그 사람은 자기를 그만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적당히 듣고 넘겼다. 그건 그 남자가 잘못했네, 그래도 그런 뜻은 아니었을테니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라, 했다. 둘 사이를 질투한다거나 이간질한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만 공감을 표했다.
그러다 문득 슬퍼졌다. 그 친구의 표정 때문이었다. 힘들다, 나쁘다, 하는 얘기를 하는데도 전혀 어두워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내 앞에서는 한 번도 지어보인 적이 없던 하트가 뿅뿅한 표정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너,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 애였구나.
그래서 슬펐다. 내가 애타게 갈망했던 누군가의 마음을 또 다른 누군가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쉽게 얻었다는 것. 그래놓고도 그 마음을 하나도 감사히 여기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해도 너는 절대 그 사람을 안 떠날 거라는 것. 차라리 네가 다치길 택할 거라는 것. 그런 생각들이 들어서 우울해졌다.
물론 꼭 그렇게만 생각할 일은 아닐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 잘나고 못난 것과는 관계가 없다. 그 사람이 정말 대단한 사람일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굳이 스스로를 비하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 역시 그런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 '너 따위'의 마음을 갈망했던 '나 따위'의 마음을 갈망하는 또 다른 누군가도 하나쯤은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냥, 네가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딱히 너를 잊지 못한 건 아니지만, 딱히 너를 위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그랬으면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모양새가 너무 우스워질 것 같아서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