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관계의 모든 문제는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아서로 귀결된다. 많은 남자들은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단 둘이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설령 진짜 친구일 뿐이라고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많은 여자들은 남자 친구가 자기에게 자주 연락해주길 원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 먹고 나서, 퇴근하고 나서의 사소한 일상들을 모두 공유받고 싶어한다.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서운해한다.
하지만 사실 그건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남사친과의 술자리에 나가지 말라고 하면 된다. 걱정된다, 너는 믿어도 그 놈은 못 믿는다, 하면 된다. 남자친구가 연락을 자주 하게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주 연락해줘라, 어디 가는지, 누구 만나는지 다 알려줘라, 하면 된다. 연인에 대한 존중이 단 1%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때려죽어도 남사친과 단둘이 술을 마셔야겠다, 나는 절대 너에게 먼저 연락을 할 수 없다고 버티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면 문제가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가 나에게 흔들림없는 믿음을 주었다면, 어쩌면 날 사랑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며들 틈조차 주지 않았더라면 남사친과의 술자리나 연락의 빈도 같은 건 애초에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남사친과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약속해도, 연락을 자주 해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건 그래서다. 우리가 원하는 건 날 사랑해서, 내 일거수일투족이 너무 궁금해서 자연스럽게 연락을 자주 하게 되는 것이지 연락 좀 해달라고 해서 연락을 하게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보채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더 많이 배려하고 져준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기다린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채면 보채서 떠나고, 져주면 재미없고 매력없다고 떠나고,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것도 안해서 떠난다. 떠날 사람은 뭘 해도 떠난다.
그래서 사랑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더 많이 사랑한 것도, 이 관계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한 것도 나인데 늘 큰 소리치는 건 너다. 나는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늘 너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그렇게 해도 너는 날 떠난다. 이유를 찾다보면 닿는 곳은 결국에 나 자신이다. 나는 애초에 사랑받지 못할 존재구나,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실을 뒤집을 수 없구나, 하게 된다. 그래서 비참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인연이라는 말로 모든 걸 퉁쳐버린다. 인연이 아닌 거지, 여자는 많다, 걔가 이상한 거지 난 잘못한 거 없어, 해버린다.
물론 맞는 말이다. 모든 사람은 제각기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비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니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100% 다 그렇지는 않다. 애초에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았던 것일수도 있지만 나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네가 정이 떨어져버린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 패턴은 많은 경우 되풀이된다. 문제를 알고 고치지 않으면 다음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또 인연이라는 말로 퉁쳐버린다. 그래서는 나아질 게 없다.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은 네가 날 사랑하지 않은 것이지만,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것에는 내 탓도 있다.
(물론 나는 못 고쳤다. 그래서 이러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