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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Apr 15. 2023

상철은 학폭 가해자인가

4정수가 본 나는 솔로 13기

나는 솔로 13기에는 여러 논란이 있었다. 영수(39세, 의사)는 예전에 만나던 연인으로부터 성병 보균자라는 폭로를 당했고, 순자(36세, IT기업 재직)는 돌싱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상철(35세, 한의사)은 학교 폭력 논란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 여학생의 물건을 발로 차고, 던지면서 괴롭혔는데 학교 성적이 좋아서 선생님들로부터 아무런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상철은 마지막 방송 이후 라이브 방송에 참석해 사실무근이다, 자신은 학교 폭력을 저지른 적이 없고, 선생님들 또한 그런 것들을 묵과할 분들이 아니다, 라고 해명을 했다.


물론 그럴 것이다. 상철은 한의사다. 한의사가 되려면 한의학을 전공해야 하고 그러려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대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과 어울린다. 보통 특목고나 자사고에 가고, 일반고에 들어가더라도 심화반에 들어간다. 우등생들은 우등생들끼리 경쟁하면서 점점 우등생이 되고 문제아들은 문제아들끼리 어울리면서 점점 문제아가 되어가는 시스템이다. 그러니 상철이 실제로 학교 폭력 가해자일 확률은 높지 않다. 우등생이라고 특별히 더 인성이 좋은건 아니지만, 우등생들은 대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럴 환경에 노출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런 헛소문이 왜 퍼졌느냐는 것이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헛소문을 퍼뜨린 쪽에 있다. 누군가가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나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리려 한다면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상철은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으로 인해 억울하게 구설수에 오르게 된 피해자다.


출처: 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그 헛소문이 퍼지는 건 다른 문제다. 단적인 예로 누군가 영호(38세, 금융권 공공기관 재직)가 학폭 가해자라는 소문을 퍼뜨리기로 마음먹었다고 해보자. 영호가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런데, 애초에 막을 필요도 없다. 누군가가 악의적 의도를 갖고 영호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린다고 한들 아무도 안 믿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렇게 느릿느릿하고 순박해보이는 사람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모습은 도무지 상상이 안 가기 때문이다. 


영식(37세, 역도 코치)도 마찬가지다. 상철과 영식이 걸어온 길을 비교해본다면 학교폭력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더 높은 건 오히려 영식 쪽이다. 영식은 운동선수 출신이다. 남들보다 힘이 세다. 그리고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친구들은 학창 시절 그렇지 못한 친구들보다 자연스럽게 우위에 서게 된다. 어른이 되고 인격적으로 성숙하다보면 자기가 가진 힘을 컨트롤하는 법을 배우지만, 어린 시절에는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 잘못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학교 폭력을 저지르기도 한다. 학교 폭력까지는 아니더라도 후배들을 교육하거나 군기를 잡으려는 목적으로 손찌검을 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영식의 인격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다. 그 시절 운동부는 원래 그랬다. 그런데 정작 영식에 대해서는 그런 논란이 생기지 않았다. 왜일까? 그럴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로나라에서 건실하고 다정다감하고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출처: 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출처: 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그런데 내가 본 상철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 자주 보였다. 정숙(33세, 오르가니스트)과의 대화에서 정숙이 어떤 여자에게 호감이 있냐고 물었을 때, 상철은 "너랑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라고 답했다. 그리고 영자(34세, D그룹 재무담당)가 영수와의 관게에 대해서 해명했을 때, 영자에게는 이미 관심이 싹 식어 버렸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사실은 본인이 상철에게 관심이 있으면서 먼저 그 말을 하지는 않는, 상철로부터 "나 너 좋아해."라는 말을 끌어내서 어떻게든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 애쓰는 정숙의 모습을 보고 정이 떨어졌을 수는 있다. 자기에게 마음이 있다고 했으면서 영수와 달달한 시간을 보낸 영자에게 실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속마음이야 어떻건 적당히 예쁘게 돌려서 말할 수도 있었다. "정숙씨도 매력적인 분이시지만 저는 다른 사람이 있어서요"나 "영자씨가 그런 마음인 건 잘 알겠지만 영수씨와 영자씨가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서운함을 느꼈나봐요."정도로 말할 수 있었다.


물론 누군가는 내 화법이 답답하다고 할 것이다. 여자가 남자한테 할 말 다하면 걸크러시, 사이다라고 하는데 왜 남자는 여자한테 예쁘게만 말해야 하냐, 그렇게 물러터졌으니까 여자들한테 이용이나 당하는 거다, 할 수도 있다. 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상철의 화법을 상남자다, 알파 메일답다, 하면서 칭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여자들 역시 상철에게 저런 말을 듣고도 마음을 접지 않았다. 알파 메일들은 대개 거칠고 충동적이다. 그리고 여자들은 겉으로는 그런 성향이 싫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성향을 가진 남자들에 끌린다.


하지만 그런 모습 때문에 나는 상철이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는 논란이 터졌을 때, 조금은 이해가 갔다. 그가 정말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왜 그런 소문이 퍼졌는지는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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