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글을 안 읽는다.

글쟁이로서 내가 갖고 있는 가장 안 좋은 습관

by 김선비

얼마전 브런치 구독자가 50명이 넘었다. 글을 100편 넘게 쓴 걸 감안하면 좌절스러운 성과다. 2편 쓸 때마다 구독자가 1명씩 늘어난 셈인데, 길 가는 아무나 붙잡고 내 브런치 구독좀 눌러달라고 했어도 이거보다는 많이 늘었을 것이다.


그래서 종종 고민에 빠진다. 좀 더 시의성이 있는 주제를 써야 하나? 가독성이 안 좋은가? 내 생각이나 감정을 담은 글이 아니라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정보를 담은 글을 써야 하나? 낚시용 이미지라도 써야 하나? 혹시나, 나는 글을 쓰는 일에 재주가 없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하면서도 정작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실천하지 않는다. 그건 남의 글을 읽는 것이다. 브런치에는 내 글을 읽고(읽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주기적으로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내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알람이 뜨면 나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번 글도 그렇게 이상한 글은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라며 고마움을 느낀다.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주기적으로 누군가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준다면 그들도 나에게 호감을 갖게 될 것이고, 내 브런치에도 한 번쯤 구경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글이 마음에 든다면 구독도 할 것이다.


또, 남의 글을 읽는 건 트렌드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부활의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김태원은 남의 음악을 안 듣는다고 한다.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은 온전히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뻔한 소리를 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독창성은 결국 모방에서 나온다. 남의 글을 따라하지는 않더라도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는 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건 내 생각과 좀 다른데? 그럼 이렇게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브런치는 검증된 글쓰기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의 글솜씨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들이 쓴 글이 재미없거나 유익하지 않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유용한 정보를 얻건, 공감을 하건, 아니면 그냥 심심풀이라도 되건, 그 밖에 어떤 식으로건 도움이 될 글이다. 심지어 읽을 필요도 없다. 내가 그들의 글에 정말로 공감해서 좋아요를 눌렀는지, 아니면 그냥 보지도 않고 눌렀는지 그들은 알 길이 없다. 그러니 그냥 누르기만 하면 된다. 돈도 시간도 안 든다. 그런데 그 쉬운 걸 안 한다. 내가 구독을 해놓은 작가들의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내게 알람이 뜨지만 하나도 읽지 않고 지워버린다.


결국 또 자존심이 문제다. 좋아요나 구독을 누른다고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하기가 싫다. 남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구독을 누르는 게 자존심 상한다. 내가 구독한 작가보다 나를 구독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으면 좋겠다. 남의 글을 읽고 좋아요나 구독을 누르면 내 글이 그들의 글보다 못하다고 인정하는 것만 같아서 싫다. 그래서 내 브런치는 아직도 구독자가 5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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