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성스러운 성향을 가진 양성애자 남자입니다.
어느 호모섹슈얼 바이로맨스 안드로젠에게
[고민] 저는 호모로맨스 에이섹슈얼 안드로진입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 20190923 - YouTube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자기의 성적 지향을 어떻게 부모님께 말해야할지 고민이라는 21살 청년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호모로맨스 에이섹슈얼 안드로진이라고 소개했다. 정서적으로는 남성, 여성 양쪽 모두에 끌리고, 육체적으로는 무성애자이며, 내면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둘 다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영상에는 악플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네가 스스로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남자가 아닌 존재가 되는 거면, 나는 내가 서울대생이라고 생각하니 앞으로 나를 서울대생으로 대해달라며 조롱하는 댓글도 있었고, 저런 비정상적인 인간들을 걸러내고 건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폭력이나 왕따도 용인되어야 한다고 하는 댓글들도 있었다.
지나친 비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자기 자신을 알아야 그에 맞는 선택을 하고, 행복하게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적 지향도 마찬가지다. 자기에게 동성애가 맞으면 동성애를 하면 된다. 나중에 이성애가 더 맞다 싶으면 그때부터라도 이성애를 하면 된다. 자기 인생이기 때문에 자기 원하는 대로 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자기가 지면 된다. 남에게 심대한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면 무엇이든 해도 된다.
하지만 그걸 타인에게 강요하는 건 다른 문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무엇을 하든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효율성이 중요하다. 가급적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큰 효과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다수자에 맞출 수밖에 없다. 가령 운전자 중에서는 남자가 많고, 남자의 대부분은 165cm~185cm사이의 체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동차는 165cm~185cm 사이의 체격을 가진 사람에 맞게 만들어진다. 물론 165cm가 안 되거나 185cm가 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165cm 이하의 운전자를 위한 차를 만들어달라고 1인 시위를 하거나 정부에 민원을 넣을 수는 없다. 소수자를 위한 차를 만들려면 돈이 들어가고, 그 돈은 자동차 회사가(혹은 세금을 내는 국민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단어에는 생물학적인 성별 외에 개인의 성적 지향이나 후천적 정체성을 담을 수는 없다. 음경과 고환이 달려 있으면 남자고, 그렇지 않으면 여자다. 소수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음경과 고환이 달렸지만 나에게는 남성성 뿐 아니라 여성성도 있는데, 왜 세상은 나를 남자라고 규정하지?" 하는 생각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세상이 호모로맨스 에이섹슈얼 안드로진을 혐오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냥 효율성을 위한 것 뿐이다. 세상 사람들의 95% 이상은 자기를 남자 혹은 여자라고 규정하는 것에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은 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화장실을 갈 때는 남자 화장실이나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고, MT나 워크샵을 가서는 남자방이나 여자방에서 자며, 군대를 갈 때는 남자들을 징집한다. 그런데 세상의 5%(이 정도면 너무 관대한 추산일 것이다.)가 그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암호 같은 용어로 자신의 성별을 규정하면 어떻게 될까? 호모로맨스 에이섹슈얼 안드로진을 위한 화장실을 따로 만들고, 그들을 징집할지 말지에 대한 법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여군 숙소, 남군 숙소 외에 성소수자 숙소도 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그냥 감수하고 사는 것이다. 남들이 다들 짜장면을 시켰는데 나 혼자 짬뽕을 시켰다면 내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오는 걸 감수해야 하고, 내 키가 2m가 넘는다면 대중교통을 탈 때 불편한 걸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싫다면 집에서 음식을 해먹던지, 자기 돈을 내고 커스텀 자동차를 만들던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뭐라고 생각하건 당신은 남자다. 남들보다 여성스러우며, 남성에게 끌리는 성향을 갖고 있는 남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