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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Jun 01. 2023

나는 1개월차 유튜버다

유튜브를 한지 한달이 지났다. 구독자는 200명이 조금 넘었고, 채널 총 조회수는 4만이 조금 안 된다. 영상은 30개 정도 올렸으니 조회는 평균 1,000정도 나온 셈이다. 아직 미약한 수준이지만 만족스럽다.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등 여태까지 해본 SNS 중에서는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개월차 유튜버로서 딱히 해줄 조언 같은 건 없다.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 여러 가지 책을 읽긴 했지만 딱히 기억에 남는 것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없다. 태그는 어떤 걸 걸어야 하는지, 설명 문구는 뭘 넣어야 하는지, 썸네일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타겟 광고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런 건 잘 모른다.


하지만 딱 한 가지는 확실히 알 것 같다. 일단 많이 올려야 한다. 많이 올리다보면 질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내가 다루는 콘텐츠는 나는 솔로 리뷰다. 내가 다룰 수 있는 콘텐츠 중 사람들이 관심있어 할 만한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선택한 키워드다. 특히 나는 예전에 나는 솔로에 출연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모르는, 솔로나라에서만 생기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다른 채널들과 차별화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에 봉착했다. 영상은 그냥 핸드폰 카메라 켜놓고 썰풀면서 찍으면 되는데, 썸네일로 쓸 이미지가 없었던 것이다. 방송에서 나왔던 이미지의 캡쳐본을 쓰자니 저작권 문제에 걸려서 검색 노출이 안 될까 걱정이 되었고, 그렇다고 다른 유튜버나 인스타그래머들이 그린 캐리커쳐를 쓰자니 자존심이 상했다. 나만 할 수 있는 독특한 썸네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보았다. 그런데 그려놓고 보니 마음에 안 들었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보니 그림 솜씨가 영 어설펐던 것이다. 특히 각도와 인물에 따라 편차가 너무 심했다.


그래서 드로잉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10분 짜리 영상 두어 개를 보고, 몇 번 연습을 해보니 요령이 생겼다. 물론 제대로 그린 그림이라기에는 한 없이 부족하지만, 대충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그럴싸한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편의 영상을 올렸는데, 뭔가 좀 아쉬웠다. PC로 영상을 업로드할 땐 잘 몰랐는데 모바일 화면으로 보니 썸네일이 너무 작아서 잘 안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집에 굴러다니던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덧칠을 해보았다. 선이 뚜렷해지니 한결 그럴싸해보였다. 물론 내 영상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다. 한달 전에는 이것보다도 훨씬 구렸기 때문이다. 아무거나 찍어서 대충 올려보지 않았더라면 여기까지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한 건 작년 이맘 때 쯤이었다. 첫 책을 출간하면서 홍보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땐 너무 욕심이 많았다. 한 편의 영상으로 내가 가진 모든 지식과 능력들을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영상을 찍다가 발음이 꼬이거나 말문이 막히면 다시 찍는 걸 반복했다. 찍을 때도 카메라만 켜놓고 찍는 게 아니라, 미리 PPT를 만들어서 구글 미팅 녹화 기능으로 화면을 띄우고 찍었다. 그러다보니 손이 많이 갔다. 1주일에 하나 올리기도 벅찼다. 그런데 성과는 너무나 보잘 것 없었다. 조회수가 100도 안 나왔다. 그러다보니 지쳤다. 올릴 맛이 안 났다. 그래서 접었다.


그런데 마음을 편하게 먹고 일단 아무거나 대충 올려보자고 생각하니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올려놓고 보니 업로드 버튼을 누르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보였고,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만약 내가 예전처럼 고퀄리티 영상만을 고집했다면 아마 평생 동안 못 올렸을 것이다. 고퀄리티 영상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고, 구독자도 없는 유튜브에 그런 노력을 쏟아부을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일단 시작해라.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이것이다. 영상미가 어설프건, 당신 얼굴이 못나게 나오건, 중간에 말이 끊기고, 발음이 꼬이건 아무 상관 없다. 어차피 당신이 대충 찍은 그 영상은 아무도 안 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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