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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Aug 30. 2023

초식남이 가고 절식남이 온다.

홍대 비키니녀 사건을 보고

출처 : '강남 비키니 라이딩' 유튜버 하느르, 프로필 화제 < 방송/연예 < 문화 < 기사본문 - 금강일보 (ggilbo.com)

얼마전 홍대 비키니 사건(?)이 있었다. 신원 미상의 여성 4명이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킥보드를 타고 홍대입구역 번화가를 활보한 것이다. 해당 여성은 하느르라는 닉네임의 여성 BJ로 밝혀졌으며,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건 자기 자유이니 쳐다보는 것도, 관종이라며 손가락질하는 것도 당신들 자유라는 입장표명문을 인스타에 올렸다.


이 해프닝은 유튜브에도 퍼지고 뉴스에도 보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사뭇 재미있는 반응들이 있었다. "남자가 저랬으면 다 성추행범으로 몰려서 잡혀갔을 거다. 법은 모두에게 공정해야 하니 저 여자들도 모두 쳐넣어라."하는 것이었다.



저 댓글을 단 게 여자들이었다면, "대낮에 아이들도 보는 앞에서 뭐하는 짓이냐, 다 경범죄로 벌금물려야 한다" 혹은 "싼 티나고 저렴하다, 같은 여자로서 너무나 수치스럽고 망신스럽다"라고 했으면 하나도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홍대 비키니녀는 여성의 적이기 때문이다.


남성은 여성을 원한다. 하지만 여성은 그 정도로 남성을 원하지 않는다. 애매한 남자와 만나느니 고양이나 강아지와 놀기를 택한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 성비는 50대 50이지만 연애 시장에서의 성비는 80대 20이다. 클럽을 가도, 동호회를 가도,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을 켜봐도 모두 남탕이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20안에 들어야 한다. 나머지 60명을 제쳐야 한다. 맛있는 걸 사주건, 웃겨주건, 집 앞까지 에스코트를 해주고 차 문을 열어주고 카페에서 편한 자리에 앉히건, 뭐라도 해야 한다. 그게 여자의 권력의 원천이다. 희소성은 곧 가치와 직결된다.


그런데 비키니녀는 그 권력의 근간을 무너뜨렸다. 데이트 비용을 내지도 않고, 웃겨주지도 않고, 집 앞까지 에스코트해주지도 않은 불특정 다수의 남자들에게 자기의 몸을 보여주었다. 여성의 성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공짜로 뿌렸다. 이런 여자들이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남자들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 굳이 돈과 시간, 정성을 들이지 않게 될 것이다. 굳이 그렇게 안해도 여성의 성을 즐길 수 있는데 누가 바보같이 자기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이 비키니녀를 욕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건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도 아니고, 여성혐오도 아니다. 인간의 본능이다. 배우 최수종이나 가수 션 같은 사랑꾼 남편들을 왜 남자들의 공공의 적이라고 하겠는가. 그들은 헌신이라는 가치를 과잉 공급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한결 같이, 아무렇지 않게 배우자에게 헌신하는 그들의 모습에 여성들이 익숙해지다보니 이제 어지간한 헌신으로는 생색도 안 나게 되어버린 것이다. 비키니녀가 여성의 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여성의 성의 가치를 떨어뜨렸듯, 션이나 최수종은 헌신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다. (물론 그들은 너무나 훌륭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훌륭한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가끔씩 범인들을 비참하게 만든다.)


하지만 남자들은 다르다. 남자라면 비키니녀에 열광하고 환호해야 한다. 그녀들이 여성의 성의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건, 남자의 입장에서는 여성의 성을 더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동네에 카페가 스타벅스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5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셔야했는데, 바로 옆집에 빽다방이 들어온 상황과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남자들이 비키니녀를 비난한다. 그 귀하다는 여성의 몸을 공짜로 보여준,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들어낸 예수와 같은 분들을 비난한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하니 그녀들을 처벌하라고 한다.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갈 데까지 갔다는 것이다. 남녀 간의 갈등이 너무나 심각해져서, 여성의 몸을 갈망하는 남성의 본능까지도 초월해버린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하고 돈 모아봐야 퐁퐁남이 될 뿐이다, 한국에서는 여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려우니 국제결혼을 해야 한다, 하는 극단적인 사상들이 점점 주류가 되어가면서 여자에 아주 진절머리가 나버린, 여성의 몸을 감상하는 것보다 여성을 공격하는 게 더 중요해져버린 신인류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여자한테 적극적으로 들이대지 않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초식남이 유행하다, 이제는 아예 여자를 끊어버린 절식남까지 등장했다고 하던데 한국도 이런 추세를 쫓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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