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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Feb 20. 2024

모솔 특집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

연애를 못한 남자들과 안한 여자들

나는 현재 방송중인 모태솔로 특집에서 커플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출연자들 개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방송은 이제 겨우 1회차를 지났다. 7~8번이 남았다. 아직 출연자들의 나이나 지역, 직업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들도 공개되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회차 동안 출연자들이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문제는 출연자들이 아니라 모태솔로 특집이라는 기획 자체에 있다. 대부분의 경우 연애는 남자가 다가가고 여자가 승인하는 구조다. 먼저 다가가서 연락처를 묻는 것도 남자고, 선톡을 보내는 것도 남자고,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도 남자고, 고백을 하는 것도 남자고, 스킨십을 리드하는 것도 남자다.


이건 남성 우월주의나 가부장제 때문이 아니다. 여성혐오 때문도 아니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공주님처럼 가만히 앉아 받아먹는 것만 좋아하는 속물이라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자연의 이치가 그런 것이다. 여자가 남자를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간절하게 남자는 여자를 원하게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에게 숙이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파게 마련이니 말이다.


모태솔로 특집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기서 출발한다. 남자 모솔은 연애를 못해본 사람이다. 여자를 만나고 싶었지만, 그래서 여자에게 다가갔고, 말을 걸었고, 비싼 선물도 했지만 모두 실패한 사람이다. 한편 여자 모솔은 연애를 안해본 사람이다. 자기 좋다는 남자, 선물을 주는 남자, 만나자고 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다 거부한 사람이다. 


모솔남을 비하하려는 게 아니다. 연애를 하는 것과 인간적인 성숙에는 별 상관 관계가 없다. 오히려 자뻑과 허세가 심한 남자, 자기의 욕망만을 앞세우는 남자가 여자를 잘 만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점들이 자신감과 리더십이 있는 남자다운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너무 착한 건 오히려 연애에서는 마이너스다. 지나친 겸손으로 자기의 매력을 과소평가하거나,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까 염려되어 아예 여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다. 어차피 중요한 건 겉모습이기 때문이다. 모솔남들이 아무리 순수하고 배려심이 있다고 한들 흉곽을 열어서 자신들의 깨끗한 내면을 보여줄 수는 없다. 모솔녀들이 평생을 함께할 좋은 짝을 찾아 이 곳에 왔다고 해도 모솔남들의 내면을 꿰뚫어볼 수는 없다. 심안, 마음의 눈은 무협지에나 나오는 거지 현실에 그런 건 없다. 그러니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얼마나 이빨을 잘 터는지, 얼마나 플러팅을 잘하는지, 여자 앞에서 얼마나 자신감있고 당당하게 행동하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리고 연애 경험이 없는 모솔남들은 그런 면에서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모태솔로 특집이란 아무것도 뚫을 수 없는 창과 무엇이든 막아낼 수 있는 방패의 대결과 같다. 이게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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