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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Feb 19. 2024

나는 솔로 19기 상철, 완벽한 그의 한 가지 불안요소

진짜 모솔은 자기가 모솔인지도 모른다.

왼쪽부터 영수, 영호, 영식, 영철, 광수, 상철. 이번 기수의 여섯 모솔남들이다.


이번 주부터 나는 솔로 19기가 시작했다. 이번에는 모태솔로 특집이다. 진중하고 차분해보이는 영수와 순박한 영호,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의 영식, 듬직한 풍체가 돋보이는 영철, 스마트해 보이는 광수. 그리고 상철.


이들 중 가장 돋보이는 건 단연 상철이다. 일단 키가 제일 크다. 남자의 연애에서 키는 엄청난 무기다. 체감상 180cm 이상의 키는 얼굴 2등급에 상응한다. 173cm에 5등급짜리 얼굴을 가진 남자가 180cm가 된다면 연애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3등급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철은 외모도 깔끔하다. 옷도 스타일리시하게 잘 입는다. 모태솔로 특집이 아니라 일반 기수라고 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법한 외모다.


외모 뿐만이 아니다. 말도 잘한다. 중간 중간 던지는 멘트들이 꽤나 센스있다.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까지 겸비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초반부터 여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솔로남과 솔로녀들이 만난 첫날 밤 술자리, 상철은 네 명의 여자에게 둘러싸여 질문 공세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상철에게 호감을 느낀 영자, 영숙, 현숙(왼쪽부터)




그런데 흥미로운 장면을 발견했다. 상철이 첫 인상 선택 때 정숙을 택하는 장면이다. 상철은 손을 덜덜 떨면서 정숙의 손을 잡고, 정숙은 '왜 이렇게 떨어요?'라고 묻는다. 인터뷰에서는 간이 안 좋으신 줄 알았다며 웃는다.


그게 흥미롭다는 건 아니다. 떠는 건 당연한 거다. 처음 보는 여자의 손을 잡는 것은 누구에게나 떨리는 일이다. 그게 카메라 앞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특이한 건 그의 손모양이다. 손가락 하나만 겨우 걸치고 있다. 등장할 때부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하며 긴장한 티가 역력하던 광수조차도 손은 제대로 잡았는데, 이번 기수의 에이스로 보이는 상철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긴장했다는 거다. 광수보다도 더.

일반적인 남자들의 그립(왼쪽)과 상철의 그립(오른쪽)



28살 때, 보컬 트레이닝을 처음 받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그때 나는 스스로 노래를 잘 부른다고 생각했다. 단과 대학 축제에도 나가봤고, 버스킹도 해봤고, 학원 아르바이트를 할 때 수업을 듣던 아이들 앞에서도 몇 번 불렀다. 여자와 썸을 탈 때도 코인노래방은 필수 코스였다. 그런데 처음 보컬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녹음을 했을 때, 그걸 내 귀로 들어봤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존나 못 불렀던 것이다. 그 따위 노래를 나는 여기저기 잘도 불러 제끼고 다녔던 거다. 그 후로 나는 2년 동안 매달 20만원, 5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이제는 녹음을 해서 들어도 그럭저럭 들어줄 만은 하다. 하지만 프로의 수준에 비한다면 노래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보컬쌤이 대충 흥얼흥얼대는 수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세상사가 그렇다. 자기 자신이 부족한 줄을 알고 부끄러움을 느끼려면 적어도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그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 경지에 오르지 못했으니 자기가 뭐가 부족한지도 모르고 뻐기고 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운전 3개월차에 사고가 제일 많이 나고, 운동 애매하게 배운 애들이 꼭 일반인들한테 시비털고 다닌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더닝크루거의 법칙이라고 한다.


더닝크루거의 법칙


다시 모쏠 특집으로 돌아와서 모솔남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영수는 컴퓨터 공학을 연구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연애에는 관심이 없었단다. 영호는 암에 걸리신 아버지 대신 사과 농장일을 했고, 영식은 어머니 간병을 했단다. 영철은 매일 9~10시까지 일을 했단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예 여자와 담을 쌓고 살았다는 것이다. 가족을 돌보거나, 돈을 벌거나, 개인적인 자아 실현을 하는 게 여자를 만나는 일보다 더 우선순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광수와 상철은 다르다. 그들은 연애를 하려는 시도를 해봤다. 광수는 여자에게 한 번만 만나달라고 무릎 꿇고 빌어서 겨우 한 번의 연애 비슷한 걸 해봤단다. 상철은 학창시절 짝사랑했던 여학생을 울린 적이 있단다. 120kg이 넘는 거구였던 상철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게 너무 기분이 더럽고 수치스러워서 울었단다. 그게 트라우마가 되었고, 이후 숱한 소개팅을 했지만 한 번도 애프터가 안 됐단다.


그게 그들의 불안요소다. 영수, 영호, 영식, 영철. 네 명의 영브라더들은 여자와 담을 쌓고 살았다. 여자에 대해 아예 모른다. 그러니까 용감하다. 열심히 하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안고 있다. 그러니 거침이 없을 거다. 그러다 보면, 초심자의 행운이 따를 수도 있다. 연애는 자신감이니까. 자신감과 기세는 남자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하니까. 

용맹스러운 영철의 모습


반면 광수나 상철은 여자를 만나려는 노력을 해봤다. 그럼 알 거다. 여자라는 존재가 얼마나 변화무쌍하고 까탈스러운지.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게 얼마나 좆같이도 어려운 일인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망설일 것이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리스크를 짊어지고 싶지 않아서. 그런 모습은 여자들의 마음을 떠나게 만들 것이다. 키도 크고, 용모도 단정하고, 말도 잘하는 상철의 불안 요소는 그것이다.

상철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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