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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Jan 30. 2024

30대가 되면 정말로 남자의 전성기가 찾아올까?

나솔사계 9기 옥순과 남자 2호의 논쟁


남자2호 : 서른 살이 넘어가면서 저울이 기운다고 하잖아요.

9기 옥순 : 저울이 기운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여자들이 좀 더 불리한 입장에 있다는 뜻이에요? 사람마다 달라요. 1) 각자 역량에 따라 다른 건데 어떻게 남자 여자 일반적으로 묶어서 얘기를 해요?

남자2호 : 2) 20대때는 어떻게든 한 번 해보려고 노력을 해보는 것 같아. 그런데 30대가 넘어가면 생물학적으로 남자가 그렇게 할 건 아닌 것 같아.

9기 옥순 : 여자들도 마찬가지거든요? 3) 본인한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솔사계, [나는 솔로 사랑은 계속된다]에서 9기 옥순(광고회사 재직)과 남자2호(조각가)가 언쟁을 벌였다. 30대가 넘어가면 연애의 주도권이 남자에게 넘어간다는 말에 9기 옥순이 발끈한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세 번째 논제, 30대부터는 정말로 남자의 전성기가 찾아오는지에 대해 논해보겠다.


이 글을 먼저 읽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남녀를 싸잡아서 말하는 건 잘못된 걸까? (brunch.co.kr)

여자의 전성기는 정말 서른살까지일까? (brunch.co.kr)



남자는 와인과 같다는 말이 있다. 오래 익을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와인과 같이, 남자도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일수록 더 멋있어진다는 말이다. 이러한 속칭 "와인론"은 진화심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남녀가 성적인 끌림, 즉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 성관계를 맺게 되고, 그러면 아이가 생긴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여자는 생물학적 자원을, 남자는 사회, 경제적 자원을 투자한다. 여자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수정란을 280일 동안 자기 뱃속에 품고 있어야 하고, 산고의 고통을 겪으며 아이를 낳아야 한다. 한편 남자는 여자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무사히 해낼 수 있도록 식량과 안정된 보급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여성의 생물학적 자원은 나이를 먹을수록 그 가치가 떨어진다. 산모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임신도 잘 안 되고, 출산을 할 때도 더 많은 진통을 겪는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도 젊은 여성이 낳은 아이에 비해 건강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반면 남자의 사회 경제적 자원은 나이를 먹을수록 늘어나는 속성을 갖고 있다. 30살 대리보다는 40살 부장이 연봉도 높고, 사회적 지위도 높게 마련이다.


와인론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30대, 남자로서의 전성기에 막 접어든 우리가 왜 한 풀 꺾인, 앞으로 가치가 떨어질 일만 남은 여자들에게 한 수 접어주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라이벌 리오넬 메시와 함께 전 세계를 주름잡던 최고의 축구 스타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등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들을 거치며 무수한 트로피를 들었다. 농구의 마이클 조던, 육상의 우사인볼트에 비견될 정도로 그의 위상은 대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 1985년생. 어느덧 40살에 가까워지면서 예전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 화려한 발재간도 무뎌졌다. 타고난 천재성과 결벽에 가까운 자기관리로도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기량이 떨어진 그는 이제 유럽의 명문 구단이 아니라 세계 축구계의 변방인 중동에서 뛰고 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굴욕적인 실책으로 한국팀에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며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설령 그렇다 한들, 호날두의 인생이 우리가 걱정해줄 만큼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한 달에 300만원을 벌까 말까한 우리가, 1년에 300억도 넘게 버는 호날두의 인생을 걱정해준다는 걸 알면 호날두가 어떤 생각을 할까?




와인론의 맹점은 이것이다. 30대가 되면 연애시장에서 여자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맞다. 남자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역전이 되는 건 아니다. 30대, 아니 4050이 되어도 여자는 수요가 있다. 20대 때 동아리에서 제일 잘생긴 선배나 클럽에서 만난 몸 좋고 잘 노는 남자가 대시를 했다면, 30대에는 옆자리 대리님이나 과장님이 대시를 하고, 40대에는 산악회 아저씨들이 대시를 한다. 여자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녀들에게 다가오는 남자의 양과 질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아예 없어지진 않는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고 산다는 옛말처럼 말이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면 주말에 독산동 국빈관 나이트클럽에 한 번 가보라. 40대 여자? 없어서 못 만난다.


한편 남자는 다르다. 20대건 30대건 평범한 여자가 평범한 남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먼저 시간과 돈, 정성을 들이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평생 동안 술안주거리로 삼을 만한 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움직여야 한다. 먼저 여자에게 다가가서 자기의 마음과 남자로서의 경쟁력, 앞으로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싫다면 평생 노총각으로 늙어죽는 길 밖에 없다. 평생 동안 여자 손에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게 해줄 정도의 경제력이 있거나, 치명적인 성적 매력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남자의 성적 가치는 여자의 성적 가치를 절대 뛰어넘을 수 없다.


"본인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9기 옥순이 남자 2호에게 했던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 남자 2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세상의 90% 이상의 남자들도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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