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못 뜬 비결
글을 쓰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돈이냐, 아니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욕망이냐, 하고 물었다. 나는 소통이라 답했다. 돈이 목적이었다기엔 10년 동안 글을 써서 얻은 소득이 너무나 보잘 것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니 소통이 주된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댓글이 달리거나 조회수가 잘 나오거나 좋아요가 많이 찍히면 기분인 좋긴 하다. 하지만 그걸 목적이라 하기엔 내 구독자 수와 좋아요 수는 여전히 처참하다. 겨우 이걸 원했던 거라면 나는 진작에 글쓰기를 접었을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주변 사람들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세상은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읽었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고, 유튜브도 봤다. 그렇게 모은 생각의 조각들을 그러모아 글을 썼다. 그것들을 통해 나는 세상에 대한 나만의 그림을 만들어갔다. 직소 퍼즐 조각을 다 모으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듯이.
10년 동안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부딪히는 장벽이 남의 시선이다. 인터넷이라는 광장에 내 이야기를 꺼내놓았을 때 남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남에게 보여주려고 쓴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글이 남들을 설득하지 못해도, 공감을 얻지 못해도 별 상관이 없었다. 그냥 '내 생각은 이런데?'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글을 쉽게 빠르게 쓰는 비결이기도 했다. 말이 길면 사기꾼이거나, 혹은 자기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라고 한다. 나는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모르는 거에 대해 쓰지 않는다. 설령 틀렸을지라도 적어도 나 스스로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만 쓴다. 자신도 설득하지 못하는 글은 쓰지 않는다. 그러니 글을 썼다 지웠다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다.
솔직함과 속도감, 그리고 꾸준함. 글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가진 장점은 이 세 가지다. 꾸며내지 않는다. 꾸며내지 않으니 잘 읽힌다. 남들에게 바라는 것 없이 나 좋자고 쓰는 글이기 때문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슬슬 한계가 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 보여주려고 쓴 게 아니라서 오랫동안 신나게 쓸 수 있었지만, 남들이 안 보니까 슬슬 신이 안 난다. 유명해지고 싶고 인정도 받고 돈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남을 위한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글쓰기가 재미없어질 것 같다. 그래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