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그 공허한 위로에 대하여
남자 모솔과 여자 모솔을 보는 사회적 시선은 다르다. 여자 모솔은 신비롭고 순결한 존재로 남자들의 동경을 받는다. 하지만 남자 모솔은 경멸과 조롱의 대상이다. 여자 모솔은 그녀를 쫓아다니는 무수한 남자들을 다 거부하고 스스로 솔로가 되길 택한 자발적 모솔인 반면 남자 모솔은 연애를 너무나 하고 싶었지만 여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모솔이 된 타율적 모솔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연애를 해야 한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나 자신이 떳떳하면 됐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건 무슨 상관이냐고. 남에게 애정을 갈구하기 전에 내가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그게 자존감이라고. 하지만 그런 말은 걸러들어야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여자이기 때문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전설적인 화가다. [별이 빛나는 밤에], [자화상], [해바라기], [아를의 방] 등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살아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다. 평생 동안 팔린 작품은 단 한 점이었고, 그나마도 헐값이었다. 동생 테오에게 빌붙어서 겨우 생계를 해결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불결하고 가난한 미치광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마흔도 안 된 나이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어떤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나만 떳떳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일까? 고흐가 자신의 예술 세계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정신이 나약해서 죽었을까?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종현이나 배우 이선균, 전 대통령 노무현은 왜 자살했을까? 자존감이 낮고 멘탈이 약해서 주변의 시선에 흔들린 걸까? 원래 인간은 나약하다. 주변의 인정과 사랑이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여자들은 이런 말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 걸까?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들이라고 마냥 연애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녀들이 원하는 185cm 키에 월 천만 원 버는 존잘남들도 연애나 결혼은 한 명하고만 해야 하기에,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 여자들은 좌절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 남자로부터의 거절이지 세상 모든 남자로부터의 거절이 아니다. 그 남자는 당신을 거절했을지언정 여전히 세상에는 당신에게 근사한 식사를 대접하고 매일 안부를 물어주고 기프티콘을 보내줄 수많은 호구들이 있다. 당신은 그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을 '세상 누구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하고 평생 외롭고 우울하게 살다갈 운명을 타고난 무가치한 존재'로까지 깎아내릴 이유가 없다.
당신이 여자라면 반박하고 싶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데 무슨 소용이냐 할 수도 있고, 연애를 시작한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모른다. 외로움이 뭔지. 당신 나름대로는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이 아는 외로움은 외로움이 아니다. 아마도 평생 모를 것이다. 당신은 평생 동안 사랑받을 운명을 타고난 존재이기 때문에.
하지만 남자들은 다르다. 정말로 하나도 없다. 기를 쓰고 노력해야 하나 생길까 말까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알고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딴 뜬구름잡는 소리는 숨쉬듯 자연스럽게 누군가로부터 평생 사랑을 받아온 축복받은 인간들이나 할 수 있는 거다.
그러니까 남자는 노력해야 한다. 돈을 벌고 몸을 키우고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연애를 해야 한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근거들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