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솔로나 이숙캠이 재밌을 수 밖에 없는 이유
1.
나솔사계에 나가서 욕을 뒤지게 먹던 시절, 사실 나는 별로 고통을 받지 않았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얼마나 욕을 먹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내 욕을 하는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그 채널을 필사적으로 차단했고, 결국 내 알고리즘에는 나는 솔로에 관한 어떤 콘텐츠도 뜨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작 고통을 받은 건 가족들이었다. 형 친구들은 형에게 "야, 니 동생 괜찮은 거냐?"하면서 쇼츠를 보내고, 동네 아주머니들은 어머니에게 "그집 아들 이번에 또 TV나왔던데?"하면서 아는 척을 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그들이 정말로 내 안위를 걱정해서 형이나 어머니에게 내 안부를 물은 걸까? 그 영상과 악플들을 보며 괴로워할 나와 가족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도파민을 충족하는 짜릿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2.
어렸을 적 나는 위인전을 즐겨 읽었다. 기억나는 것 중 하나가 동학농민운동을 이끌었던 녹두장군 전봉준의 일대기다. 위인전에는 탐관오리들의 횡포로 고통받던 조선 백성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특히 악명높은 탐관오리였던 고부군수 조병갑이 세금을 내지 못한 백성을 형틀에 묶어놓고 바지를 벗긴 뒤 볼기짝에 매질을 하던 장면이 삽화로 그려져 있었는데, 나는 그 장면을 몰래 몇 번씩 넘겨보곤 했다.
그 장면을 보며 내가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탐관오리들의 잔악함에 분노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고통받는 장면을 보며 쾌감을 느꼈던 걸까?
3.
"고대 중국에서 행해진 잔혹한 형벌 Best 5"
"일본 731부대가 조선인과 중국인에게 행한 생체실험 Top 5"
"나치가 유태인들에게 자행했던 잔혹한 고문 Top 5"
유튜브에 이런 영상이 올라오면 조회수가 기본 몇 백만을 넘긴다. 그리고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 "조두순이나 유영철한테 해줘야 합니다." 같은 댓글들이 달린다. 정말일까? 당신들은 정말로 이 사회에 정의가 구현되길 원하는가? 흉악범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는가? 그냥 누군가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싶을 뿐인 거 아닌가?
* 이렇게 쓰면 또 흉악범들을 쉴드치는 거냐고 하는 난독증 환자들이 있을텐데, 형량 강화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당신들이 정말 그렇게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인간들인지 돌아보라는 거다.
이혼숙려캠프, 나는 솔로, 그밖에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수많은 사이버 렉카 유튜브 채널들과 자극적인 이슈로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뉴스들.
이런 콘텐츠들이 흥할 수 밖에 없는 건 그 때문이다. 남을 괴롭히는 건 즐겁다. 곤충채집을 해서 잠자리 날개를 떼는 것도 즐겁고, 귀뚜라미나 메뚜기 다리를 떼는 것도 즐겁고, 돋보기로 개미를 태워죽이는 것도 즐겁다. 하지만 그 즐거움을 현실에서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람을 죽이거나 때리면 경찰에 잡혀가고, 맹수에게 싸움을 걸었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저 콘텐츠들에는 아무런 대가도 위험도 없다.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일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혹은 평생의 반려자를 찾기 위해 나온 사람들을 최대한 우스꽝스럽고 악독해 보이게 편집하면 시청자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악플을 단다. 남을 괴롭히는 원초적 쾌감과 내가 저들보다 나은 인간이라는 도덕적 우월감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마치 저잣거리에 죄인을 묶어놓고 "여기 지아비를 져버리고 외간남자와 붙어먹은 음탕한 계집이 있소!!"하고 소리치면 우르르 몰려들어 죄인에게 돌을 던지며 즐거워하던 옛날 사람들처럼.
그러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