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 계약

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by 김선비

얼마 전 두 번째 책을 투고했다. 브런치북으로도 올라와있는 [브런치북] 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brunch.co.kr)이다.


첫 책 페미니스트들에게 던지는 치사하고 쪼잔한 질문들 - YES24은 출판 에이전시를 통해서 투고했다. 물론 원고는 내가 썼지만, 그 원고를 출판사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 건 에이전시였다. 그들이 만들어준 출간 기획서를, 그들이 리스팅한 출판사에 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접 했다. 책을 팔아서 받는 인세로는 에이전시에 쓰는 돈 만큼의 본전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았고, 설령 이번에는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더라도 언젠가는 홀로 서야 할 날이 오게 될 거라는 생각도 들어서 그렇게 했다.


걱정도 됐다. 독자들은 궁금해하지 않을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을 쓴 건 아닌지, 출간 기획서의 문구들이 너무 무난한 건 아닌지, 리스팅한 출판사가 너무 적지는 않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하의 옥고를 알아볼 출판사를 만나게 되시길 바라겠습니다."로 끝나는 형식적인 답변들이 돌아올 때마다 그런 생각은 더욱 짙어졌다. 그냥 에이전시에 다시 180만원을 결제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해냈다. 지난 금요일 광화문 교보문고 스타벅스에서 출간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들린 김에 내 책이 어디에 있나 찾아보았다. 사회 분야의 여성/젠더 코너, 제일 구석진 곳에 있었다. 제일 구석에 있는 서가의 제일 아래칸, 그 곳에서도 오른쪽 가장 귀퉁이에 있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정말 오른쪽에는 단 한 권의 책도 없는, 나무 책꽂이와 직접 맞닿아 있는 자리였다. 도저히 눈에 띌 수가 없는 자리였다. 검색 코너가 없었더라면 아마 이 책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끝났다는 뜻이다. 교보문고에서는 이 책이 더 팔릴 가능성이 0.1% 이하라고 봤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들의 판단은 아마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매달 수백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하루 8시간씩 어떻게 하면 책이 많이 팔릴까 만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니 아마 맞을 것이다. 그나마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같은 기적적인 차트 역주행도 아주 가끔씩은 일어나기 때문에, 그게 내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0.1%의 여지를 두었을 뿐 사실상 0%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쉽다. 그때는 책을 만들면 불티나게 팔릴 줄 알았다. 주변에서 책을 쓰겠다는 결심을 한 사람도, 그걸 실현한 사람도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가, 그리고 내 책이 특별한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한달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었고, 그걸 읽는 독자들의 수는 너무 많이 줄어들었다. 인플루언서도, 연예인도 아닌 내 책이 팔릴 가능성은 애초에 없었다.


그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더 독하고 뻔뻔해져야 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책을 사달라고 조르고, 구청이나 도서관, 학교에 메일을 보내서 강연 신청을 했어야 했다. 서평단 신청해놓고 책만 먹고 튄 녀석들한테는 주기적으로 연락해서 서평 올리라고 독촉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인스타에서 홍보를 하려고 했지만 게시물 몇 번 올려보고 반응이 저조해서 포기했다. 출판 커뮤니티 활동도 하다 말았다. 친구들 만난 자리에서 야, 술 값 내가 낼 테니까 한 권씩 사라,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해봤자 몇 권이나 늘까 싶어 안했다.


그래서 안 팔렸다. 친척들도, 내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도 안 샀다. 앞에서야 "오! 축하해! 꼭 살게" 했지만 실제로 산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망했다. 그래서 내 책은 서점에서 절대 눈에 띄지 않는 곳,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찾아도 못 찾을 곳에 있다.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출간 시기는 9~10월, 6개월 남짓 남았다. 내 자식을 빨리 보고 싶은 작가의 입장에서는 너무 긴 시간이지만, 책을 홍보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부족한 시간이다. 부지런히 활동하겠다.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유명한 사람이 되어 있겠다. 그렇게 해서 많이 팔겠다. 교보문고 제일 아랫칸 구석탱이에 꽂혀 있는 첫째 아들처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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