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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경량 Jun 28. 2024

초경량: 갑진년(甲辰年) 하지(夏至)의 한가운데서

사랑과 우산


초경량

사랑과 바다

비 오는 날 보이는 수많은 우산들

어쩌면 우린 비 맞는 법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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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나만의 사랑


안녕하세요 초경량 에디터 김지후입니다. 다섯 번째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이번주 뉴스레터 주제는 사랑과 우산입니다. 이제 중부지방에도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주말부터 비가 온다고 하네요. 우산 쓸 일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비 오는 날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축축하고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해서 번잡스럽습니다. 그리고 날씨도 우중충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날이 계속 반복되는 계절인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이런 날도 사랑할 수 있을까요? 고민이 됐습니다. 축축, 끈적, 불편, 번잡, 냄새 등 장마를 생각하면 안 좋은 감정만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런 곳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숨겨져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비 오는 날의 필수품 우산은 어떨까 하고요.


“우산 5,000원”


비 오는 날 편의점 근처를 걸어가면 보이는 문구입니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우산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들어가죠. 그리고 투명한 우산을 들고 사람들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우산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사람들은 우산을 사서 좋았을까요? 아니면 싫었을까요?


비 오는 날 우산을 사면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 것 같습니다. 비를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우산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비가 그친 뒤 우산을 접고 걸어가면 묘하게 기분이 좋습니다. 비가 그쳤다는 생각에 살짝 들뜨기도 합니다. 그리고 장우산을 들고 다닌다면 우산을 지팡이로 써서 바닥에 탁탁 소리를 내며 걷기도 합니다. 이렇게 걸어가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산에 대한 나만의 사랑은 접힌 우산을 볼 때 나타나는 것 같아요. 우산이 접혀있다는 건 비가 오지 않는다는 걸 뜻하고 비를 싫어하는 나는 접힌 우산을 보며 편안함을 느낍니다. ‘칼은 칼집 속에 있어야 좋은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우산은 접혀 있어야 저에게 좋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물론 너무 비가 안오면 가뭄으로 힘들게 되지만요.


우산에 대한 여러분의 나만의 사랑은 무엇인가요? 어떤 분은 비오는날을 좋아해서 우산이 펼쳐진 모습을 좋아하실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우산이 접혀있던 펼쳐있던 여러분이 우산에 대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산이 펼쳐져있을 때 우산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분의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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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이자 한 손 무기


우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 부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혹시 우산을 들고 있으면 묘한 안정감을 느끼지 않으시나요? 그래서 저는 비가 그치면 우산을 지팡이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우산으로 대처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하죠. 비가 그치면 우산은 비를 막아주는 용도가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액션 영화에 상대방을 우산으로 제압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나오니까요.


그래서 단우산보다는 장우산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장우산이 검이라면 단우산은 마법 지팡이 같달까요. 혹시 마법사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장우산보다는 단우산을 좋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쭉 핀 단우산을 들고 ‘아브라카다브라’를 외치는 상상을 해보셨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단우산보다는 장우산을 들고 스타워즈의 제다이가 되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귀멸의 칼날의 검사가 되는 상상을 하기도 하지만요.


“우산 조심해.”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일 수도 있지만 좁은 공간에 우산을 들고 타면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길고 단단하기 때문에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죠. 잘못 휘둘렀다가 옆사람이 맞을 수도 있고요. 우산이 한 손 무기인 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가끔 우산을 들고 상상에 빠지는 것도 좋지만 좁은 공간에 들어갈 때는 조심해야 해요. 그리고 지하철 같은 곳에서 장우산으로 바닥을 짚을 때 조심해야 합니다. 잘못하다간 우산으로 바닥이 아닌 남의 발을 짚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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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계절과 우산


 - 초경량 팟캐스트 <정수민과 함께하는 "장우산과 단우산 중 뭐가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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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 있는 장마라지만 장마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처럼 비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그리고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도 적응해야 합니다. 장마철에 우산은 필수품이니까 말이죠. 20년도 장마였나요? 정말 한 달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한 달 내내 우산을 들고 다녔습니다. 마치 우산을 늘 들고 다녔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나중에는 우산을 들고 다니지 않으니까 어색했어요. 적응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산과 친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호위무사가 검을 차고 다니듯 장마철의 현대인은 우산을 차고 다녀야 하는 것이죠. 비가 오면 누구보다 빠르게 우산을 펴고, 비가 그치면 누구보다 빠르게 우산을 접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도 신경 써야 합니다. 누가 내 우산에 부딪히지 않는지 잘 봐야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우산을 잃어버리지 않는 겁니다.


장마철의 우산을 잃어버리면, 더욱이 내가 아끼는 우산을 잃어버렸다면 너무나도 슬픈 일이 될 겁니다. 호위무사가 검을 잃어버리면 안 되듯 우리도 장마기간에는 호위무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우산을 늘 챙기고 다녀야 합니다. 너무 비장했나요? 아직도 장마가 온다는 생각에 진정이 안되네요. 부디 이번 장마는 고생 없이 잘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비가 와야 우산을 소중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비가 그치면 우산은 짐이 되니까요. 이번주는 장마라 우산의 소중함을 자주 느낄 것 같습니다. 이번 장마 때 여러분이 우산에 대한 나만의 사랑을 발견하셨으면 좋겠네요. 축축한 장마이지만 이번 한 주도 즐겁게 지내보려고 합니다. 가끔 우울해지면 우산을 들고 귀멸의 칼날 번개의 호흡을 쓰는 상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주 뉴스레터는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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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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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의 추천곡

The Marias - Parano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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