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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May 11. 2017

무엇이든 그 의미 하나쯤 있겠지

J에게

우리는 어쩌면 꽃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어. 꽃은 그저 꽃일 뿐인데, 그 꽃 하나에 우리의 온 염원을 가득 담아서 말이야. 그것이 가끔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해 본 적도 있어. 꽃은 그저 떨어지기 바쁜데 말이야. 우리는 모두 그 꽃과 같이 완성된 무엇인가에서 떨어져 나와 죽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래서 우리는 그 찰나의 아름다움과 죽음을 노래할 수밖에 없는 건가봐.          


J가 엄마에게 줄 생일선물로 꺾은 꽃


내게 온 수많은 꽃들 중 하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이 분명하니까 거기에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아름답던 꽃잎 모두 떨어져도 결코 슬프지 않은 완전한 부모가 될 거라는 시를 지은 적이 있어. 부모가 비록 늙어져 그 청춘 다 가도 너와 H가 있어 기쁠 수 있는 이유일거야.

오늘 J로부터 특별한 꽃을 생일 선물 받았어. 
비싸게 주고 산 꽃도, 준비된 꽃도 아닌 작은 손으로 어디선가 꺾어 온, 이름도 알 수 없는 꽃이었지. 꺾인 꽃이 슬프지 않은 것은 참 드문 일이야. 어쩌면 꺾인 꽃에 나를 지나치게 이입해온 것일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J에게서 온 꽃은 작고 아름다운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어. 꽃을 주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거든.

엄마가 먼 훗날 늙어졌을 때도, 이렇게 어디에서 꺾은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작디 작은 꽃 한 송이 선물해주겠니?

그러면 지금의 너의 예뻤던 얼굴과 마음을 떠올리며 난 다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이 되었든 말이야.                                   

  

J가 써준 생일 축하메시지. 그러나 글자 하나 잘못 쓰는 바람에 그 의미가 무척 달라져버림.


비록 너의 편지는 글자 하나 잘못 써서 어마어마하게 다른 의미가 되어버렸지만, 그 완성되지 않은 편지가 엄마를 얼마나 기쁘게 했는지, 얼마나 당황스럽게 했는지, 또 얼마나 웃게 했는지 넌 모를 거야.

살면서, 살아가면서 떨어지는 꽃을 보며 슬퍼하진 마.
오늘의 꽃을 떠올리면서 말이야.
누군가에게 꺾인대도 꽃은 꽃이니까. 너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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