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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May 13. 2017

추억은 앞에서 오곤 해

J에게

우리의 추억들은 지나가버린 후 항상 우리의 뒤편에 서 있다가, 우리에게 다가올 땐 꼭 앞에서 걸어오곤 해. 떡하니 놓여진 추억이 때로는 너무 선명해서 아름답기도 하고 또 눈물 겹기도 하지.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너는 부쩍 지난 시절을, 지난 친구들을 이야기하곤 했어. 보고싶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있는 듯. 너의 유아 시절의 큰 자락을 차지하고 있었던 추억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듯 느껴졌지만 결코 잡을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느끼고 있는 듯. 그건 어쩌면 너에겐 무척이나 낯선 감정이겠지. 네가 말하는 그 시간 속의 너와 나 역시 분명히 더 아름다웠을 거야. 원래 지나가버린 모든 것들은 찬란하고 눈부신 법이거든. 너에게 추억할 것이 유치원 생활이 전부인 것이 어쩌면 다행일지도 몰라.


지나가버린 많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건, 떠올릴 것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건 상실감 조차도 느낄 겨를도 없는 것일 때가 많거든. 새로운 것들이 아무리 소중해도 지나간 것들을 덮을 수 없을 때도 많아. 나이가 들면 말이야. 가장 먼 과거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나곤 한단다. 어쩌면 엄마는 아주아주 늙은 후에 가장 어린 너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어. 


가끔은 말야. 어린 너와 이별해야 한다는 것이, 이별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아쉬울 때가 있어. 엄마가 가장 늙어 가장 어린 너를 만난다면 행복할까, 슬플까... 


네 살의 너에게 정동진은 좋은 기억이었을거야. 지금도 그런 것처럼.


사람들은 가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땐 함께 있는 시간이 당연한 것인줄 알다가 그 시간이 지나가버린 후 그 모든 것들이 소중했었다고 그래서 아름다웠다고 되새기기도, 후회하기도 하는 존재인 것 같아. 가끔, 아기이기만 했었던 지난 날들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며 떠올리는 너를 보면 놀라울 때가 있어. 아직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니. 너의 마음 한 가운데에 소중한 추억들이, 소중한 것들이 가득 들어차서 마음이 흩어질 틈이 없었으면 좋겠어.


누군가가 그랬어. 유년의 기억이 좋을수록, 그 기억 안에 따뜻한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시련을 이겨낼 힘도 커진다고. 자신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었던 사람들이 많을수록 혼자가 아니라 늘 그 사람들과, 그 응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어서 그런 건가봐. 너에게 누구보다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고 싶어. 그런 사람들이 네 삶에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할거야.


그래서 추억이 갑자기 앞에서 들이닥쳤을 때, 슬픈 것이 아니라 기쁠 수 있도록. 외로운 것이 아니라 행복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많은 이별이 있을 거야. 더 많은 사람들을 그리워하게 될테지. 그 모든 것들이 너의 마음에 하나의 구멍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너를, 너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기를 오늘도 기도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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