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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Jul 06. 2017

감정과 친절한 관계를 맺기 바라며

미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기를...

슬픔을 털어놓으면 그것이 약점이 되어 돌아오고, 기쁨을 털어놓으면 그것이 질투가 되어 돌아오는 세상 속에서 우리 모두는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우리는 완전한 슬픔도, 완전한 기쁨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할 때가 많지. 나의 감정에 대해, 나의 느낌에 대해 쉬이 말할 수 없을 때, 누군가는 일기를 쓰고, 누군가는 시를 짓고, 또 누군가는 에세이를 쓰는 이유일거야.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감정을 쏟아부을 데가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야.


동생에 대한 미운 마음을 너는 이렇게 글로 남겨 놓았구나.


누군가에 대한 미운 마음이 드는 것은 나의 감정에 지나치게 중독되었기 때문인 걸까? 

그래서 그것이 나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 마음 속 기쁜 감정이 당연한 것이듯, 미운 감정도 당연한 것이거든. 누군가를 미워한다고 해서 비난받아야 할 일도, 이해받지 못할 일도 아니야. 신이 주신 수많은 감정들 가운데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일테니까. 


너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생에 대한 미움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아빠의 사랑과 엄마의 관심을 동생에게 빼앗긴 것 같아 아직까지 그것을 받아들이기 너무나 벅찬 걸거야. 동생으로 태어났으면 좋았겠다는 이야기를 네가 할 때마다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껴.


얼마 전에, 나는 이름조차 모르는 누군가를 미워하기로 작정하면서 아무도 아닌 존재를 존재감 있는 존재로 만들어버린 적이 있어. 어리석어 보이는 일이지만,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로부터 상처받는 내 자신이 너무 가여운 걸 거야. 


하지만, J...

미움을 덜 하는 일, 미움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 일. 

이것이 네 인생에 대부분이었으면 좋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 대해 미운 마음이 계속해서 든다면 그 감정을 인정해주고, 잘 쓰다듬어주고, 보듬어줄 수 있는 힘이 너의 가슴 깊은 곳에 있었으면 더더욱 좋겠어. 네가 네 감정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 어떤 누구도 너의 감정을 인정할 수 없을테니까.


그래서, 너의 감정을 어느 누구도 비난하지 못하게 항상 감정과 서로 친절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단다.


네가 미워하는 그 사람이 어쩌면 너의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일지도 몰라.


밉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너는 지금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 사랑과 미움은 그렇게 함께 할 때가 많단다. 그래서 세상에 완벽한 사랑도 없지만, 완벽한 미움도 없는 거야.


그리고, J~

네게 주어야 할 사랑을 떼어다가 동생에게 나눠 준 것이 아니란다. 사랑은 그렇게 얼마든지 커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란다. 너는 슬픔을 몰랐으면 좋겠어. 언제나 너는 누군가의 첫 번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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