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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Jul 20. 2017

느리게 기다릴게

느려도 괜찮아... 각자의 속도로 우리는 걸어가는 거니까

우리가 가는 길은 참 희한한 방향성을 가졌어.

빨리 가려고 하면 할수록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때가 있고, 

예상보다 훨씬 일찍 어느 지점에 도착하게 되는 뜻밖의 일이 생길 때도 있지.


나는 늘 빨리 달리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일도 남들보다 빨리 하고, 내게 주어진 숙제도 빨리 해치우고, 배우는 것도, 걸어가는 것도.

심지어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것조차 빠른... 그런 사람.


특히, 누군가를 진득하니 기다리는 일에는 영 젬병이었지. 

조급증과 불안이 뒤엉킨 자아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면 맞는 말일까.

그런 내게 너를 기다리는 일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어.

어린 너에게 어른인 나의 속력을 따라오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일곱살의 네게 한글 쓰기는 참 어려운 일이었을거야. 하지만 너는 엄마가 그만하자고 할 때조차 쓰기를 멈추지 않았지.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자신이 만든 그 기대를 상대가 채워주기를 원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인가봐. 자식만 부모에게 원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조차도 자식에게 원하는 모습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며 살아가곤 하니까.


나는 어쩌면 너에게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자기최면을 걸어놓고선 특별한 아이가 되어주기를 바랐던 것인지도 모르겠어. 남들보다 그리고 나의 어릴 적보다 빠르지 않은 너를 보며 실망하곤 했으니까. 그런데, 너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가지고 있었어. 모든 것이 빨리 흘러가고, 지나가 버리기 바쁜 이 시대에서 끈기라는 것은 어느 고시대의 유물처럼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데 말이야. 심지어 내가 이제 그만하자고 할 때조차도 너는 너를 포기하지 않았어. 너는 그것이 얼마나 너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인지 모를거야.


동생들보다 일찍 시작했지만, 동생들과 함께 피아노를 배우는 지금 넌 너의 느림의 이유를 묻지 않았지... 너는 그저 너의 속도대로 걸어나가고 있는 것일 뿐이니까.



어떤 이들은 일찍 성공하면, 빨리 달려나가면, 원하는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단다.

나도 그랬었어. 

성공이라는 것을 빨리 거머쥐고 그것을 세상에다 휘두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때가 있었지.

그런데 그렇게 원하던 것을 얻기 위해 조급해하던 때보다, 천천히 그리고 하나씩 차근차근 이루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단다.

인생이라는 것은 아무리 내가 완벽한 계획을 세우더라도 그건 절대 완벽한 계획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상엔 너무 많은 퍼즐들과 장애물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어.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적과 계획에 사로잡혀 옆에 누가 있는지, 지금 내가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아.

그리고 일찍 성공한 사람들의 마음엔 자만심이 드러찰 때가 많지. 그것이 자기를 파괴할지도 모른 채 달려나가다 보면 스텝이 꼬여 결국은 자기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게 될 때가 있는 법이야. 

하지만, 천천히 또 늦게 성공하는 사람들은 겸손할 줄 알게 되지.

인생의 고난 앞에서 사람들은 겸손부터 배우게 되거든.


너는 너의 속도대로 걸어나갔으면 좋겠어.

남들보다 느리다고 조바심 내지 않고, 느린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기 보다

느리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한 그런 삶이 너를 더 풍요롭게 해 줄 거라고 믿어.


그리고, 나는 

느린 너를, 더 느린 속도로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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