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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Jul 28. 2017

너를 나의 우주에 담았어

서로에게 행복한 우주가 되어주기를...

우리가 세상으로 나오는 문고리를 잡을 때의 그 마음은 얼마나 무거운 걸까.

그 문고리를 잡아당길 때 우리는 아주 많이 망설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에겐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세상으로 나오던 그날의 기분을 떠올릴 수도 그날을 기억할 방법도 없지만

너는 마치 어제의 일처럼, 그 기억을 생생히 떠올리듯이 그때의, 그날의 마음을 말한 적이 있었어.


엄마, 나 태어날 때, 내가 나오는 그 길이 정말 어둡고 무서웠어.


네가 그날을 진짜로 기억하는지 아닌지는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

너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나만이 노력하는 줄 알았는데, 나만 떨리고 힘든 줄 알았는데

너 역시도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온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었다는 걸,

너 역시도 그 길이 너무 두렵기만 했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

어쩌면 네가 진짜로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어.


작은 손으로 붙잡았던 나의 손은 네게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



내가 누군가를 세상으로 인도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은,

그래서 내 위로 위대한 이름 하나가 주어진다는 것은,

그 전의 나와는 다른 누군가를 하나 만들어내는 것과 다름없었단다.

내게 주어진 그 낯선 이름과 역할에 나도 너처럼 힘겹게 한 발짝씩 떼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배우는 것만 같았지.


세상에서 나는 그저 수많은 사람들 중 눈에 띄지 않는 한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세상의 전부가 될 수 있음을...

나는 그렇게 너에게 세상이 되었고,

온 힘을 다해 네가 세상에 태어났듯이, 나도 세상에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온 힘을 다해 다시 살아가고 있. 네가 살아가기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 되어 주기 위해...


나의 우주로 들어온 J.

너도 언젠가, 먼 훗 날 누군가의 세상이 또 누군가의 우주가 되어 주겠지.


지금도 누군가의 맨 처음인 것처럼

그때에도 누군가의 맨 처음이 될 거야.


그러니, 최선을 다해 행복하렴.

너를 따라가는 이가 행복한 뒷모습을 따라갈 수 있도록...



네가 세상에 첫 발을 내딛던 순간 신었던 신발이 아직도 눈에 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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