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술램프 예미 Mar 22. 2016

묵화처럼

조용하지만 굳건한 삶을 그리며

저 산 깊숙한 곳에 나의 망령된 분노를 묻어두고 오리.

거룩한 침묵을 가진 산은 그것을 조용히 품어줄 테지.     


저 바다 깊숙한 곳에 나의 세속된 욕망을 놓아두고 오리.

거대한 가슴을 가진 파도가 그것을 세차게 덮어줄 테지.     


분노의 자리에 온화를 칠하고

욕망의 자리에 평화를 칠하고     


왜냐고 묻지 않는 굳은 나무가 되어

자유롭고도 조용하게 흔들리는 바람이 되어

굳건하지만 경쾌한 냇물이 되어     


그리하여 한 폭의 묵화 같은 인생을 살다 가리라.     




잠시 잠깐 눈을 감고 있으면 허영이 나의 눈을 한 가득 채우고 있었고

잠시 잠깐 모른 채 놓아두고 있으면 분노가 나의 마음을 한 가득 채우곤 했어요.

때로는 티끌만 한 허약함이 내 온 마음과 온 몸을 지배하기도 했죠.


왠지 모르게 끓어오르는 분노와 나의 속된 욕망에 맞서 싸우던 시절이 있었어요.

처절하게 싸워 피투성이가 된 채, 눈물조차 나지 않는 그런 시절이 있었죠.

마음 속이 온통 지옥같은 그 때 짧게 지어놓았던 시에 몇 줄 더 끄적여 봅니다.

아직은 온전히 아름다운 마음을 갖지 못하여 가끔은 내가 나를 이기지 못할 때가 오곤 해요.


그래서 늘 나를 들여다보곤 했어요.

가지런히 놓아두고 곱게 색도 칠하여 미워져 버린 마음을 그렇게 늘 돌봐줘야 했어요.


따뜻한 햇살에 마음을 말리고 살랑 부는 바람에 감정들을 자유롭게 날려 보내며

까슬거리고 기분 좋은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어요.


끓어오르는 분노 잠재우고, 속된 욕망을 덮어두고 그 어떤 화려한 색을 입히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한 폭의 묵화같이 고요히 살아내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미(味=美)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