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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Mar 23. 2016

나는 동그라미가 아니다

동그라미가 될 수 없는 가시 돋친 감정들

 안에 무수히 돋아난 가시들을 잘라낸다.     


슬펐을 것이나 울지 않았고

아팠을 것이나 무심한 시선만 던지고 있다.     


나는 딱딱한 껍질에 둘러싸인

말랑한 덩어리였다.

자꾸만 찔리면 찔릴수록 말랑해지는 덩어리.     


나를 향해 뻗은 칼 날은 오늘도 나를 겨눈다.

그 칼 날에 기어코 찔린 후 오히려 안심이 되는 건

더 이상 찔릴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어서였다.     


피 흘리며 잘려나간 가시들은 

너로 인해 잘려나간 것인가, 나로 인해 잘려나간 것인가.     

나는 원래 동그라미는 아니다.     


나에게 무엇이 남았는가.     


오늘도 제멋대로 자란 가시를 잘라낸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우리는 원래 동그라미는 아니다.




동그라미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동그라미가 되고 싶어 했죠.

그래서 나도 동그라미가 되고 싶었어요. 인기 있는 사람들은 동그라미 같았거든요.

그런데 동그라미로 사는 사람들이 편하게 사는 듯 보였지만 편치만은 않은 듯했어요.

편하기 위해 동그라미가 되었는데 편하지 않은 아이러니...

두루뭉술하게 세상을 살아야 잘 사는 것 같은 생각 속에 갇혀 살 때가 있죠.

그래서 내 안에 가시들을 잘라내 버리고 그것이 아픈지도 슬픈지도 몰랐던 때가 있었어요.


돌아보니, 억울하더라고요. 


나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 예민한 감수성들이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또 나를 살게도 하죠.

잘라내려고 노력하던 예민함들을 이제는 잘라내지 않으려고 해요.

잘라내도 다시 곧 돋아난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동그라미가 아니라서 많은 편견을 안은 채 살아가지만, 최소한 내 시에는 편견이 없어요.

그렇게 오늘도 예민한 감수성을 끌어안은 채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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